칼럼니스트 2002년 11월 20일 No. 54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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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호

지난 8월 미국 LA의 어느 한인교회 신도 20여명이 부근 피스모비치에서 고둥을 채취하다 경찰에 적발돼 벌금 4만달러(약 4천8백만원)를 물게 되었다. 미국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둥의 경우 한 사람당 35개까지 잡을 수 있으며 이를 넘어서면 1개에 3달러(약 3천6백원)씩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들은 허가도 없이 1만5천개 이상을 잡았고,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고둥을 바다에 도로 놓아주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차를 수색하니 아이스박스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불법행위를 하고 그도 모자라 어린 자녀들 앞에서 그렇게 거짓말까지 할 수 있느냐는 것이 경찰의 지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산과 바다에 나가 얼마든지 나물과 열매,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어서 미국도 그런 줄 알았다, 이는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니 봐주어야 한다'는 등 사정과 불평을 털어놓았으나 경찰은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한국계 시민들이 이처럼 산과 바다에 나가 고사리 등 산나물을 잔뜩 뜯어 오거나 오징어 같은 갯것을 있는대로 잡아 말썽난 사례가 이미 여러 번 있었던 터라 문화의 차이 등은 단순한 핑계에 불과다고 본 것이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를 찾아간 한국관광객 몇 명이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바로 그 자리에서 회쳐 먹다가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한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허가를 받고 잡은 물고기를 대부분 다시 놓아 주고 오는 그들이 보기에는 야만스럽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의 생태계 보호 노력 양상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심한 수준이다.

요즘 산에 가면 도토리 밤 등은 다람쥐 청설모 멧돼지 등 숲속 동물들의 겨울양식이니 주워가지 말라는 팻말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하고 아예 큰 자루까지 들고와서 긁어 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를 보다 못한 광릉수목원에서는 시민단체와 함께 감시에 나섰으며 심하면 불법 수실(樹實)채취로 형사고발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을 이루고 있는 야생동식물들과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생태계의 한 요소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야생동물들의 식량을 빼앗고 환경을 훼손하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인간의 탐욕 때문에 파괴된 자연의 보복은 이미 기상이변 등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잇따르는 세계 곳곳의 재해들이 바로 그런 경고이다. 우리의 환경윤리의식 수준을 더 이상 이대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외 지탄은 물론 무슨 재앙을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 웹진 <인재제일> 11,12월호(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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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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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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