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1월 18일 No. 54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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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언어

올해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이 마지막 경기를 하던 날, 붉은 악마는 카드섹션으로 응원석에 'CU@K리그'라는 메시지를 박았다. CU는 'see you' , @는 'at'를 나타낸다. 이런 '글자수 줄이기'는 온라인 채팅이나 이메일 작성 때 자주 쓰인다. 영어 온라인 채팅에서는, IMHO(In my humble opinion), OIC(Oh, I see), BTW(By the way), AKA(As known as), HHOK(Ha ha, only kidding) 따위를 볼 수 있다.

'글자수 줄이기'는 모르스 부호를 쓰는 전신에서 이미 많이 쓰였다.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MNY TANX(Many thanks)처럼 줄이는 것을 정칙으로 여겼다. 불특정 교신 상대를 찾을 때는 CQ(Seek you)를 되풀이했는데, 이 전통은 음성 통신에도 이어져 입으로 '씨큐, 씨큐...' 한다.

온라인 환경에서 속도를 위해 말을 줄여서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공구(공동구입), 횐님(회원님), 설(서울), 담(다음), 냉무(내용 없음)처럼 음절 줄이는 방식이 많고, ㅋㅋ(큭큭)처럼 자음만 쓰거나 모음만 쓰는 방식도 있다.

이런 말들은 몇 가지 갈래로 살펴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만 쓰이고 현실 생활에서는 쓰이지 않는 것이 있다. 이 때는 문제가 없다. 온라인에서 쓰이면서 오프라인에까지 뻗어오는 것들이 있다. 이 때는 언어 규범을 위협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지는 않겠지만, 먼저 현실 생활에서 타락(?)의 과정을 밟은 말이 온라인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의미 파악에 어려움이 없으나 품위가 문제된다. 끼리끼리 입으로 하던 말일 때는 괜찮지만, 다수에게 공개될 때는 천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기호들을 많이 쓰는 현상도 보인다. 이른바 '외계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상형문자 시대가 다시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액정 화면에 바로 글자를 쓸 수 있는 태블릿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또 어떤 언어 현상을 불러올지 궁금하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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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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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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