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1월 16일 No. 545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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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안방 전자민원시대

평소에는 예사로 지나치는 동사무소지만 이따금 들러야 할 때가 있다. 주민등록등본이나 인감증명 같은 서류를 발급 받기 위해서다.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 받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아간 것만 해도 1백번은 훨씬 넘을 듯 싶다.

동사무소에 가면 주민등록등본 같은 서류는 금방 발급해준다. 동장의 직인과 수입증지도 조그만 기계에 넣으면 그냥 찍혀서 나온다. 전산화·기계화된 덕분이다. 이런 방식이 선을 보인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서류는 민원부서 공무원들이 직접 손으로 써야만 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행정기관의 민원창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성미 급한 민원인은 "좀 더 빨리 하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등기소 같은 곳은 민원서류 발급과정에서 부조리가 많기로 유명했다. 서류를 급하게 발급 받으려면 '급행료'를 줘야했다. 그러면 며칠 걸릴 것도 당일에 손에 쥘 수 있었다. 60·70년대에는 이런 일들이 국민들 사이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오죽하면 관공서의 민원(民願)부서를 민원(民怨)부서라고 불렀을까.

민원부서의 이 같은 비리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으며, 담당공무원들이 쇠고랑을 차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런 탓에 내무부나 법무부 등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부조리 근절대책을 내놓아야만 했다.

당국의 꾸준한 노력으로 부조리는 점차 사라졌지만 서류발급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기간 전산망 구축사업이 90년대 중반에 완료되면서 민원업무는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었다.

이 때부터 민원부서에 가면 서류별로 발급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처리해주었다. 급행료라는 말은 어느새 민원창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거의 모든 일을 전산으로 처리함으로써 서류발급시간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급행료를 주고받던 일이 옛날 얘기가 된데 이어 앞으로는 민원인이 직접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발급 받는 모습도 사라지게 됐다. 지난 1일부터 전자정부 홈페이지(www.egov.go.kr)에 접속하면 4000여종의 모든 민원을 안내 받을 수 있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393종의 서류는 원하는 곳에서 우편 등으로 발급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민원인이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각종 민원을 해결할 수 있게된 것은 '안방 전자민원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의미한다. 주민등록등·초본이나 호적등·초본, 납세증명서 등은 안방에서 몇번의 클릭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말이다.

민원절차가 크게 간소화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의 경우 종전에 8개 기관을 19차례 방문하고 구비서류도 16종이나 됐으나 이제는 4개 기관, 6차례 방문에 구비서류도 6종으로 대폭 줄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민원혁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정부 출범과 때를 같이 해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진척도에서 전세계 1백98개국 가운데 대만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받았다는 반가운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걱정되는 것은 보안문제라고 하겠다. 개인의 신상정보가 각 기관간에 공유됨으로써 그만큼 정보유출의 위험성이 커진 셈이다. 정부당국이 개인정보 보호에 한층 힘을 써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대한매일 <인터넷 스코프> 200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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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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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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