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1월 13일 No. 54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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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그해오늘은] 불확실성의 시간



지난달 브라질 대선에서 노동자당의 룰라가 당선된 것이 신나는 일인지 불안한 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주자유무역지대의 미국대표는 최근 "지금 이 지역은 불확실성의 시간에 있다"고 했다. 그가 '브라질'이라고 하지 않고 '이 지역'이라고 한 말이 새삼 눈길을 끈다. 남미 일대가 불확실성의 상황에 있는 것 같아서다.

룰라의 당선에 앞장서 축하해야 할 카스트로가 3일이나 지난 뒤에 축전을 보낸 것도 그렇다. 70년 칠레에서 좌익통일연합의 아옌데가 당선되자 기뻐서 기관단총을 선사한 것과는 딴판이다.

그 3년 뒤 아옌데는 바로 그 기관단총을 든 채 죽고 그 뒤 카스트로와 쿠바는 갈수록 불확실성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가 룰라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악재로 쓰인 것도 한몫 했을 수 있다. 룰라의 경쟁자인 세하 후보측에서는 이 사진을 보이며 "이런 좌파가 당선되면 미국자본이 다 빠져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선전이 먹히지 않은 것이 불확실성의 시간이다.

그래선지 1998년 오늘 브라질이 IMF로부터 4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것도 룰라의 당선을 해치기보다는 도와준 낌새였다.

세하측에서는 미국이나 IMF가 싫어하는 룰라가 당선돼서는 안된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룰라는 바로 그 IMF상황을 초래한 것은 카르도수 전대통령 시대의 경제실책 때문이고 그 정권에서 각료로 있던 세하는 카르도수의 후계자라고 역공했다.

룰라를 돕는 불확실성의 상황은 또 있다. 그가 힘겨루기를 해야 할 미국이 이라크 상황에 매몰돼 제대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세계일보 200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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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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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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