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0월 23일 No. 53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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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그해오늘은] 엘 알라메인의 승자



1942년 오늘(10월23일) 엘 알라메인 전투가 벌어지고 북아프리카의 주도권은 독일에서 연합군으로 넘어간다. 영국의 몽고메리가 '사막의 여우' 롬멜을 몰아내고 '사막의 생쥐'로 승격한 것이다.

제공권에서 압도적으로 뒤져 억울하게 패장이 된 롬멜의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2년뒤 히틀러 암살사건에 연루돼 자살한 것은 더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성대한 장례속에 갔으니 패장으로 살아 남았다가 군사재판정에 선 이들보다는 잘 된 것이라는 말도 없지 않다.

몽고메리의 지휘 아래 있으면서도 계속 그와 키재기를 하던 미군의 패튼도 잘 풀리지는 않았다. 영국인 상관인 몽고메리와의 신경전은 큰 탈이 없었으나 미국인 상관인 아이젠하워의 눈에 난 이 독불장군은 실의속에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몽고메리만이 백작으로, 나토 최고사령관 대리로 영예로운 만년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은 몽고메리 개인의 일일 뿐 영국이 엘 알라메인의 진짜 승자 같지는 않다.

엘 알라메인 전투로부터 57년 뒤인 99년 오늘 바로 그곳에서 서방 11개국이 참가한 합동군사훈련을 볼 때 그렇다.

이 훈련의 지휘자는 걸프주둔 미군 사령관 앤터니지였으니 몽고메리가 아니라 패튼의 후배인 셈이다. 롬멜의 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가한 것은 새삼 격세지감이었다.

이를 두고 이라크의 후세인이 자기네를 침략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비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오늘날 이라크 사태에는 여러 명분이 동원되고 있으나 밑바닥에는 석유가 있다는 말이 있어서다.2차대전중 그 검은 물을 위해 사막위에 붉은 피를 뿌리던 풍속도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듯해서다



- 세계일보 200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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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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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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