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0월 21일 No. 53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인터넷 시대와 모르스 부호

HM1-4531. 이것이 무슨 번호인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만약 안다면, 무척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1978년 2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에 가입할 때 받은 회원 번호다. 아마추어 무선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HM으로 시작되는 무선국 호출부호를 받게 될 것이었다. 나는 20여년이 지나도록 자격시험을 보지 못했고 한국'아마츄어'무선연맹이 발행한 내 신분증은 누렇게 바래 있다.

내 젊은 시절 아마추어 무선사가 될 꿈을 이루기에는 돈과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박봉의 말단 직장인이던 내게 무선기기는 너무도 비쌌다. 시험 보기 위해 전자공학을 배우고 모르스 부호를 익혔지만, 직장 일로 몸을 빼지 못해 번번이 시험 날짜를 놓쳤다. 꿈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년에 한가한 시간을 누리게 되면 내 자신의 무선국을 운용할 것이다.

가끔 아마추어 무선 관련 사이트를 찾아볼 때마다 감회가 특별하다. 한국아마추어연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낯익은 휘장이 옛날과 다르지 않다. 다만,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분들의 이름이 이제 보이지 않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연맹 지역 지부의 홈페이지도 여러 개가 있다. 전국에 동호회 홈페이지가 널려 있으며 활동도 활발하다. 외국 사이트는 아주 많아 이곳저곳 둘러보려면 한이 없다.

전기통신의 원시시대에 쓰이던 전신(電信)이 아직도 아마추어 사이에 꿋꿋이 살아 있다. 아마추어 무선과 인터넷의 기술적 결합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르스 부호 번역기가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SOS'를 쳐 본다.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울리는 소리가 스피커로 들린다. 인터넷 시대에 모르스 부호를 가르치는 사이트들이 많이 있다는 것, 전기통신의 시조 할아버지와 막강한 후손인 인터넷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는 것, 여간 흥미롭지 않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10.21


-----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