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0월 16일 No. 525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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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우리말

한나라당이 대선 공약으로 지원병제 확대와 군복무기간 2개월 단축안을 내놓았다. 위험도가 높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복무영역에 지원병제를 적극 도입, 소수 정예와 첨단장비 중심의 과학기술군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복무기간도 지금보다 2개월 단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은 더욱 진보적인 안을 제시했다. 현재의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고 복무기간도 18개월로 줄인다는 안이다. 젊은이들은 물론 국민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징병제를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 하지만 문자 그대로 신성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를 둘러싼 정치공방이나 툭하면 터지는 일부 고위층 당사자 및 자녀들의 병역비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오죽하면 신의 아들(군에 안가는 아들)’,‘어둠의 자식(돈도 빽도 없어 일선에 끌려가는 자식)’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군대 안 가는 것을 오복 중의 하나라고 하겠는가. 군복무를 마치고 와도 그로 인한 혜택은커녕 직장에서 호봉 등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바에는 지원병제 확대 또는 완전 모병제로 소수정예화하고 첨단기술로 전력을 증강시키자는 안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미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을 정치권이 반영한 셈이다.

미국을 비롯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대부분 국가가 이미 징병제를 폐지했고, 스페인도 금년 중 폐지할 예정이다. 러시아 역시 작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폐지안에 서명을 했다. 독일은 적극 검토 중이다. 일본의 자위대 병력은 100% 지원병으로 충당하고 있다.

월남전 직후인 1973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바꾼 미국은 이에 따르는 병력 수급 차질과 질적 저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했으나, 30년이 지난 지금 지원자가 끊이지 않아 병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군 학력 수준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높은 봉급과 제대후의 각종 혜택 등으로 고급인력이 모이기 때문이다.

반면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사병들의 전공을 살려 그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휴학을 하거나 제대를 하고 군대에 가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새로운 정보기술(IT)제품들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데 많은 제품들이 군에서 나올 정도다.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병역제도를 손질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야만 군복무를 둘러싼 비리와 부정이 사라지고 병사들 사기와 군의 전력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 웹진 <인재제일> 9.10월호 (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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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http://columnist.org/ynhp

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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