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0월 7일 No. 52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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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의 꽃

쓰레기야말로 한 시대의 세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연탄이 가정의 주연료이던 때는 쓰레기의 9할 정도가 연탄재였다. 오늘날 훌륭한 월드컵축구장이 들어섰지만 서울 난지도 일대의 돋아진 땅은 쓰레기산이었고 더 정확히는 연탄재산이었다. 요즘 쓰레기 수거일에 아파트 마당을 보면 가전제품, 스티로폼, 비닐봉투, 신문지, 종이상자들이 많다. 예전 같으면 쓰레기가 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메일 지운편지함 속의 광고 쓰레기 가운데서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은 포르노 사이트 광고다. 전체 이메일 쓰레기의 9할쯤 된다. 세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사이버 공간에 허방 파놓고 손님이 빠지기를 기다리던 음란사이트들이 적극 판촉 활동으로 나선 것인데, 그 쪽 동네도 경쟁이 심해선가 날이 갈수록 광고 메시지 제목부터 야비해지고 내용 또한 점점 보기 민망하게 되어간다.

지운편지함 속에는 이런 '악의 꽃'들이 날마다 들어와 쌓인다. 그것 보내는 이들을 징치(懲治)하는 법망이 있겠건만, 그물코가 생각보다 성근 듯하다. 악한 의도가 빤히 보여도 법이 다스리지 못하는 부분은 많다. 이 달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어린이 나체사진을 보이거나 파는 것을 금한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어떤 법도 만들지 못하게 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일부 포르노 장사꾼들을 혼내 주겠다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다.

이메일 쓰레기통에 요화(妖花 그리고 妖畵)가 너무 많이 쌓인다. 한쪽에서는 요사스러운 메시지를 만들어 보내고, 또 한쪽에서는 그것을 날마다 쓰레기통에다 처넣었다가 버린다. 이 비생산적인 악순환이 끼치는 경제적 손실은 막심할 것이다.

그래도, 요즘 이메일 지운편지함을 비울 때마다 이메일 광고 시대가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저렇게 걸름장치를 엮어 놓았더니 날마다 100통 넘는 스팸 메일 가운데서 뚫고 들어오는 것은 다섯 통도 안 된다. 암만 보내도 성과 없다, 스팸 메일 그만 보내라.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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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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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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