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0월 1일 No. 517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못쓰게 된 휴대폰, 쌓여만 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3천만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현재 쓰이고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3천만개가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개 이상 갖고 있거나 안 쓰고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동전화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18년 전인 1984년이다. 이때는 극히 일부 사람들만이 휴대전화를 사용해오다가 지난 97년 개인휴대통신서비스, 즉 PCS가 일반에 보급되면서부터 휴대전화 사용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필자의 경우도 휴대폰을 쓴 것은 97년 10월부터였다. 지금도 당시에 쓰던 단말기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데 크기는 현재의 것보다 꼭 2배만한 것으로 어찌 보면 촌스럽다고 해야할 정도이다. 필자가 지금 갖고 있는 휴대폰은 세번째 것이다.

필자처럼 5년동안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단말기를 두번만 바꾼 것은 비교적 적은 편으로 보통 3번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학 4학년인 필자의 딸은 98년부터 휴대폰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동안 4번이나 바꾼 것으로 기억된다. 필자의 한 친구는 자주 잃어버리는 데다 업그레이드하느라 휴대폰을 5∼6번이나 바꾸기도 했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단말기를 계속 바꾸게 되는 것은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기능의 새로운 모델을 꾸준히 내놓아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18∼24개월마다 새 휴대폰을 구매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젊은층을 겨냥한 새모델의 휴대폰은 아주 매력적이어서 누구라도 보기만 하면 그것으로 교체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한가지 옷을 오래 입으면 싫증도 나거니와 유행에도 뒤떨어져 입기 싫어져 결국은 최신 유행의 새옷을 사서 입듯이 휴대폰 단말기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1∼2년에 한번씩 바꾸다보니 못쓰게 된 단말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가 큰 숙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환경연구단체인 인폼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해마다 1억3천만개의 휴대폰을 없앨 것으로 나타났으며, 무게만도 6만5천t이나 된다는 것이다. 인폼은 2005년까지 미국에서 버려지는 구형 휴대폰 단말기가 5억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CNN이 조사한 결과 CNN 사 뉴스룸에서만 단 이틀 사이에 50개 이상의 버려진 구형 휴대폰이 수거됐다. 이는 얼마나 많은 휴대폰이 버려지는가를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하겠다.

구형 휴대폰이 문제되고 있는 것은 배터리를 포함한 단말기에 비소와 납, 아연 등 유독성 화학물질을 함유돼 때문에 이를 쓰레기장에 버릴 경우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도 많다는 사실이다. 휴대폰 속의 독소가 사용자에게 당장 위험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하나, 쓰레기장에 막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는 사회단체가 나서서 구형 휴대폰을 수거해 보호시설 같은 곳에 기증하고 있다. 말하자면 휴대폰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버려지게 된 휴대폰에 대한 재활용의 필요성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 같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최근 서울시민 504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교체경험과 폐휴대전화 처리실태 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53.6%(270명)가 사용하지 않는 중고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소연에 따르면 중고 휴대폰 보유대수는 '1대'가 27.8%, '2대'는 18.1%였고, '3∼4대'라는 답변도 7.8%나 됐다. 평균적으로 한가구당 중고 휴대폰을 1.2대씩 보유하고 있으며, 가구당 3대의 휴대폰을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은 버리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휴대폰을 교체한 경험은 '1∼2회'가 전체의 55.6%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3∼4회'로 35.7%였다. '5회 이상'이라는 응답도 7.2%나 됐다. 교체 주기는 '18∼24개월'이 37.5%로 가장 많았고, '12∼18개월'(26.6%), '6∼12개월'(13.5%) 등의 순이었다. 교체 이유는 '고장 때문'(48.8%)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새 모델이 나와서'나 '기능에 불만이 있어서'(각각 13.9%), '싫증이 나서'(7.5%) 등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도 얼마 있지 않아 폐휴대폰의 처리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 같다. 녹소연의 조사결과를 감안해 보면 한해동안 버려지는 휴대폰은 적어도 2천만개는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휴대폰 인구 3천만시대를 맞아 휴대폰을 쓰는 문제 못지 않게 쓰다 남은 폐휴대폰의 수거 및 재활용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2002.9.29>

--------------
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

http://columnist.org
c o l u m n i s t @ c o l u m n i s t . o r 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