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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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그해오늘은] 옥중 주례사 1996년 오늘 미해군 무관 로버트 김(김채곤)이 한국을 위한 간첩행위로 구속됐으나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우선 '혈맹'간에 간첩이라는 말이 우스웠다. 한국이 기밀을 입수해도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줄' 처지는 더욱이 아니었다. 형사재판이나 그 형량을 우습게 보는 우리의 타성도 깔려 있었다. 법원이 중형을 선고해도 그 형량이 금방 물에서 건져낸 소금주머니처럼 돼서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한국적'인 것이고 로버트 김은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9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6년째 복역중이니 남은 해나 손꼽아야 할 판이다. 따라서 그 6년은 우리와 다른 미국의 법을 깨닫는 세월이 됐으나 우리는 보다 일찍 이에 눈뜰 수도 있었다. 오래전 한 재미동포가 '한국식'으로 어린아이의 고추를 만졌다가 '미국식'으로 성추행범이 돼 난리를 치르지 않았던가. 당시는 물론 이 사건에서도 '인종적 편견'이라는 말이 없지 않다. 문제의 기밀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북한 잠수함이 동해안에 침투한 사실을 미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도였다. 그래서 '우방국인 한국이 알아도 될만한 통상적인 참고자료'라고 역설했으나 이를 참고한 흔적은 없다. 이제는 활발했던 각종 구명위원회의 소식도 잠잠해졌다. 지난 4월에는 거꾸로 로버트 김이 조국의 젊은이들에게 주례사를 보내왔다. 여기서 그는 "조기 유학이 아이만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기본틀을 파괴하는 돈 장난"이라고 경고했다. 그것은 미국의 안보를 해치지 않은 채 '한국이 알아야 할 참고자료'였다. - 세계일보 2002.09.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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