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9월 22일 No. 51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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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파워에 떨고 있는 연예인들

연예인들이 네티즌파워에 떨고 있다. 네티즌에게 한번 걸렸다 하면 죽어나는 게 연예인들이다. 인터넷상에 공개된 소문은 당사자들에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삽시간에 온 세상에 퍼지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연예인들이다.

네티즌들은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다. 특히 갑자기 뜨게된 연예인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과거를 파헤쳐 당사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학교 다닐 때의 성적에서부터 이성관계 등 닥치는 대로 폭로한다. 특히 성형을 했을 경우 이전의 「못난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고는 마구 욕을 한다. 인터넷 덕분에 네티즌, 특히 청소년들은 현재  TV에서 활동중인 탤런트에 대해 온갖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네티즌의 이 같은 행태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영화배우나 탤런트의 연기력,  가수들의 노래실력 등에 대해 가차없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긍정적인 경우에 속한다. TV에 출연한 연예인이 말과 행동에 실수를 했을 때도 네티즌은 즉각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장본인이 견디다 못한 나머지 공개사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문제는 특정 연예인을 모함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일 때 사실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네티즌사이에 퍼져 당사자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힌다는데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한번 잘못된 소문을 바로 잡기가 참으로 어렵다. 심할 경우 본의 아니게 연예계를 떠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일어난 일만 몇가지 소개해 본다. 우선 영화배우 박신양씨는 여대생 백모양과 결혼발표를 했다가 인터넷에 백양을 음해하는 글이 수백건이나 올라와 곤욕을 치렀다. 이 가운데는 "백양이 이혼한 경력이 있다"는 글까지 있어 두사람 사이에 결혼위기설이 번지기도 했다.

탤런트 이세창씨는 영어강사와 약혼했다가 네티즌들의 공격(?)에 시달리다 파혼을 해야만 했다. 이씨와 약혼녀와의 결혼계획을 발표하자 그녀의 과거에 대한 글들이 인터넷에 급속하게 유포됐다. 이씨는 "배우자의 과거와 관련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결국은 파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

탤런트 김하늘양은 엉뚱한 경우라고 하겠다. 월드컵스타 김남일씨가 자신의 이상형으로 그녀를 지목하자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네티즌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김하늘씨의 홈페이지에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성 글을 올렸다. 김하늘씨의 소속사측은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최진실씨도 얼마전 한 네티즌이 자신의 과거와 관련해 음해성 글을 올리는 바람에 심한 고통을 겪었다. 최씨는 이를 사이버수대에 고발했고, 결국 헛소문을 퍼뜨린 당사자가 잡힌 일도 있다.

얼마 전에는 방송인 이종환씨가 네티즌들의 항의 때문에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프로그램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이씨가 방송도중 모 대통령후보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시작된 네티즌들의 공세에 민감한 대응을 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결국은 한 네티즌이 이씨의 과거 경력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에 격분한 이씨가 글을 올린 네티즌에게 전화로 욕설을 했는데 이 사실이 다시 인터넷에 오르면서 파문이 일자 결국 이씨는 프로그램 진행을 그만 두고 말았다. 이씨가 맡았던 이 프로그램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이씨의 도중하차는 네티즌의 공세가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말해주는 본보기라고 하겠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행태에 대해 의견이 두갈래로 나눠진다. 하나는 연에인들에게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하는 한편 연예계의 자정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의견은 근거도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사이버테러행위는 해당 연예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간에 대한 신뢰상실을 가져온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다. 무슨 내용이든 한번 드러난 사실이나 소문은 손쉽게 공개된다. 그런데 사이버세계에서는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훨씬 빠른 속도로 퍼진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에 관한 것은 엄청나게 빨리 전파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인터넷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펼쳐지고 있는 인터넷시대에 벌써부터 짙은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진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네티즌파워가 자칫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횡포」가 되기 쉽다는 사실을 네티즌 스스로가 깊이 깨달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 200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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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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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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