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9월 14일 No. 50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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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그해오늘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



1996년 오늘(9월14일) 보스니아에서는 나라의 큰 머슴 3명이 나온다.

3명의 공동 대통령이 총선으로 선출된 것이다.

'똑똑한 × 세 ×만 있으면'이라는 말도 있으나 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세 사람이 머슴이 됐으니 나라살림이 얼마나 잘 돌아갈까.

물론 그것은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인종청소'라는 학살극을 모른 체하는 소리다.

국정의 효율이 우두머리의 숫자에 반비례한다는 것은 이미 로마의 3두체제에서 드러났으나 보스니아의 그것은 또 다르다.

얼마 전까지 총을 들고 싸우던 세 민족을 대표한 이들 대통령은 자기 민족의 지도자이자 타민족의 원수였다.

차라리 나라를 셋으로 나눴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보스니아의 현실이다.

이보 안드리치의 소설 '드리나강의 다리'에서 보듯 오스만 투르크의 진출 이래 이슬람계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는 수백년동안 한 도시에서 이웃해 살았다.

그 이웃이 얼마나 무서운 이웃일 수 있는가는 최근 출간된 '네 이웃을 사랑하라'(피터 마스 저)에서 잘 드러난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스니아 특파원으로 인종청소를 목격한 그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생생히 증언한 것이다.

두달동안 매일 강간당한 여자, 오토바이에 남자의 고환을 묶은 채 달리기, 아버지를 위협해 친딸을 강간시키기….

피터 마스는 그런 것이 정치 지도자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그랬고 그것은 수긍이 간다.

보스니아의 이웃들은 평소 드리나강 다리의 광장에서 화목하게 지내지 않았던가.

그런 드리나강에서 시체들이 떼지어 드러나는 것은 '인재'(人災)이고, 특히 '정치인재'에 가깝다.



- 세계일보 200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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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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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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