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9월 9일 No. 507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친구야, 우리 홈페이지 보았나

지나간 세월의 빛깔은 앨범 사진처럼 누럴 텐데, 추억되는 학창시절은 언제나 푸른 하늘 흰 구름 바탕의 싱싱한 나뭇잎이다. 만나서 반가운 벗들. 보지 못해 그리운 벗들. 세상 풍파 너머로 잊혔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 그 녀석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이런 정서와 웹사이트의 특성은 궁합이 잘 맞는다. 한 때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이 사이버 마당은 그 뒤 시장판으로 바뀌고 말았지만, 인터넷을 다리로 한 우정 되찾기에 이바지한 공이 크다.

이제는 규모 작은 '어느 학교 몇 회 동창회 홈페이지'들이 참 많다. 무리 가운데서 열성과 재주가 있는 사람이 헌신적으로 만든다. 고등학교 총동창회 홈페이지에서 기별 동창회 홈페이지 분포를 보면, 세대 차이가 드러난다. 마흔살 언저리 이하의 기수(期數)로 가면 빠짐없이 홈페이지가 있으나, 그 위로 가면 퍽 드물다.

고교 졸업한 지 내년이면 꼭 40년인데, 서울지역 동기 동창들이 얼마 전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신이 나 있다. 회갑을 한 두 해 앞두고 있는 나이에 장한 노릇이다. 총동창회 안에서는 홈페이지를 지닌 가장 늙은 기수가 되었다.

교기와 '순결, 진실, 용기' 교훈비 사진을 보고, 악보와 가사가 떠오르면서 터져나오는 교가 합창을 듣노라면, 마음은 40년 전으로 달려간다. 해외에 나가 소식 모르던 친구들이 소식을 게시판에 올린다. 우정은 인터넷 덕분에 쉽게 바다를 건넌다.

주소록과 회지, 팔순 은사님들의 근황, 등산모임 등 동호회 소식 등의 정보가 꽤 꼼꼼히 갱신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족사진첩'이다. 못말리던 악동들이 의젓하게 처자와 더러는 손주까지 거느리고 찍은 사진이 재미있다. 음, 세월이 사람 만드는군. 웃음이 나온다. 벌써 백여나믄 명이 가족사진을 올렸으니, 대단한 호응이다. 듬직한 아들, 사랑스러운 딸 자랑하는 재미도 없지 않겠다 싶다.

좌우간 요즘은 "동기회 홈페이지 보았나."가 인사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09.09


-----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칼럼니스트

c o l u m n i s t @ c o l u m n i s t . o r g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