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31일 No. 50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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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그해오늘은] '韓日 타워'



한일월드컵은 새삼 이웃으로서의 한일관계를 되새기게 하는 행사이기도 했다.그것은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적이자 우방일 수 있는 나라'였다.월드컵 유치를 두고 각축을 벌일 때 양국은 '외교상의 경쟁국'이었고 그것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따르면 적국이었다.

그러나 공동주최로 낙착되자 양국은 대회의 성공을 위해 2인3각으로 뛰는 형제 같은 우방으로 비쳤다.양국이 세계 무대에서 형제다움을 보여준 것은 한일월드컵이 처음은 아니다.1999년 오늘 콸라룸푸르에서 세계 최고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빌딩이 개관됐을 때 두 나라는 쌍둥이 같기도 했다.

지상 452m로 세계 최고의 이 쌍둥이 빌딩은 한국의 삼성건설과 극동건설이 하나를 맡고 다른 한 빌딩은 일본 건설업계가 맡았다.그것은 반세기 전에 이 동남아 도시에 들렀던 한일이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기도 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병사나 정신대로 일본인에 의해 끌려왔던 한국인들은 이제 일본의 경쟁적인 동업자가 돼 있었던 것이었다.

이 빌딩의 건설에서도 일본보다 35일이나 늦게 시작한 한국 건설사들이 1주일 먼저 준공한 데는 그런 것이 숨어 있다.

그런 곡절과 상관없이 미국에 페트로나스 빌딩 건설은 작은 '대동아전쟁'이었다.74년 이래 세계 최고로 군림하던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 빌딩(높이 443m)이 '아시아의 빌딩'에 눌려버린 것이다.

이를 보도하던 미국의 방송에는 가시가 돋혔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2년 뒤에는 한때 세계 최고였던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아시아인 테러단의 손에 주저앉은 것이다.



- 세계일보 20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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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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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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