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26일 No. 49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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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직도 따뜻하다

지난 6월 미국인들을 감동케 한 사건이 있었다. 케냐 변방 마사이족의 한 마을에서 소 14 마리를 미국 국민에게 기증한 것이었다. 9.11 테러의 참상을 겪은 미국민에게 보내는 위문품이었다. 소는 케냐 주재 미국 대사관에 전달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뉴욕에 가 있던 이 마을 출신 청년이 귀향하여 생생하게 전하는 테러 피해 소식을 듣고는 때늦게나마 미국인의 아픔을 달래 주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마사이족이 소를 가족만큼이나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국인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특히 피해 당사자인 유족들에게는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애리조나에 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로브 켄트는 자신의 홈페이지 한 코너에 미국인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코너(http://dual-boot-comp.com/14cattle/viewcomments.php)를 만들었다. 미국 각지의 많은 사람이 케냐인들의 고운 심성에 감사하는 글들을 남기고 있다. 켄트는 이 글들을 번역해서 마사이족 마을에 보내기로 했다

미국 대사관은 마사이족의 갸륵한 정성이 담긴 소들을 받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소를 미국까지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아 고심하다가, 그 소들을 팔아 마사이족을 기억할 만한 물건들을 사 보내 뉴욕의 9.11기념관에 전시하게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 반대하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 케냐 사람들이 미국에 주고 싶어한 것은 살아 있는 소니까 그대로 받아서 기르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었다. 그 소들이 새끼를 낳으면 케냐에 되보내 주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리고, 그 마을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알고 싶어하는 미국인도 많았다.

세상은 아직도 따뜻한 구석이 많다. 이번 우리 남부지방 수해에 많은 국민이 의연금을 내고 복구작업을 거드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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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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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전 대한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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