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24일 No. 49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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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그해오늘은] 황제와 족장



410년 오늘(8월24일) 알라리크 족장이 이끄는 서고트족들이 로마를 공격해 3일간이나 점령한다.

로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끔찍스러운 기억이다.

로마가 이 때 얼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66년 뒤에 맥없이 쓰러져서만은 아니다.

고트족을 거느리는 알라리크가 '왕'이 아니라 '족장'(族長)인 것이 우선 끔찍스럽다.

마치 '추장'이 거느리는 식인종들에게 지상 최고의 문명인들이 붙들린 것만 같다.

따라서 그것은 기원전 3세기에 하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군의 침공을 받은 것과도 달라 보인다.

당시 카르타고는 그리스 문화의 본바닥 가운데 하나였고 로마는 야만국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우리가 흔히 겪는 상식의 오류일 뿐이다.

오늘날 독일인들에 해당하는 고트족은 그처럼 야만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징기스칸의 몽고인들처럼 갑작스레 로마에 나타난 것도 아니다.

시저의 '갈리아전기'나 1세기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에도 쓰여 있듯이 그들은 6세기 남짓 로마의 식구이거나 이웃이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정통파 백인들인 그들은 외모에서도 로마인에게 꿀리지 않았다.

시저가 더 두려워 한 것은 그들의 몸집이 더 컸다는 점이다.

타키투스의 눈에는 사치스러운 로마인에 비해 그들은 더 도덕적이고 건실했다.

타키투스가 예언한지 4세기만에 도덕적으로 건전한 그들이 사치에 찌든 로마인들을 물리치고 얼굴을 내민 셈이다.

그래서 만나게 된 알라리크와 로마 황제 호노리우스의 후계자들은 그 뒤에도 끊임없이 만난다.

그 가운데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만남은 불행한 편이었다.



- 세계일보 200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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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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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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