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22일 No. 49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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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과거 10년 미래 10년

중국의 국보급 작가 바진(巴金)도,원로 화가도,문화부 부부장(차관)도 한 성신문(서울신문) 문화부 차장의 인터뷰 요청에 선뜻 응해주었다.한·중 수 교가 이루어지기 두해 전 중국에서였다.비보도를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문화 부 부부장은 자신이 조선족이며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제자로 6·25전쟁 때 종군 위문공연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왔다가 퇴각하는 북한군과 함께 걸어서 돌아갔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당시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지도층 인사들이 조심스럽게 표출했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일반 서민들에겐 코리안 드림으로 바뀌어 한·중 수교 10주년(2 4일)을 맞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중 관계는 크게 발전했다.특히 경제교류가 급속히 늘어 나 중국은 한국의 첫번째 투자 대상국이자 두번째 수출 대상국이며 세번째 수입 대상국이 됐다.두 나라의 인적교류는 올해 안에 연간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중국의 역할은 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이 아니라 앞으로 10년이다.지금까지 한국과 중국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윈-윈 10년’을 보냈다.베이징 올림픽이 열 릴 오는 2008년에는 한·중 교역 규모가 현재의 3배를 넘는 102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전망이다.그렇더라도 한·중의 밀월 관계는 이미 끝나가고 있으며 새로운 조정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벌써부터 맹렬한 기세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이미 중국이 한국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지난 3년사이 중 국은 32%(1997년 554개에서 2000년 731개) 늘어난 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5% (85개에서 81개로) 줄었다는 자료를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았다.지난해 상하이에서 만난 코트라(KOTRA)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에 팔 수 있는 품목 이 매년 줄어들어 10년 뒤엔 무엇이 남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한·중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마늘 분쟁이나 중국 공안들의 한국대사관 난입·외교관 폭행사건,한 국의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불거진 두 나라 국민 감정의 악화는 경제교류 확 대만으로는 한·중 관계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움을 보여준 셈이다.

관계의 심화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그러나 이해의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에 뒤진다.중국은 북한과 특별한 관계 속에서 많은 한국 전문가 를 지니고 있다.반면 중국 전문가 양성에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얼마나 노력 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싱가포르의 고촉통(吳作棟) 총리는 며칠 전 TV연설을 통해 “중국의 성장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 전문 엘리트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우수한 학 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중국의 일류대학으로 유학 보내 중국에 통달한 인 재를 키우는 동시에 중국의 장래 지도자가 될 학생들과 ‘꽌시’(인적 네트 워크)를 맺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전 서울 시장을 초청했던 베이징시는 그 사 건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ㅇ씨를 계속 초청했다.‘죄인’의 심정으로 그 초청에 응할 수 없었던 ㅇ씨에게 “우리는 당신을 서울시장으 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존경해서 초청한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결국 1년여가 지난 후 조용히 중국을 찾은 그를 베이징시는 현직 시장처럼 융숭히 대접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중국의 현재 지도자,그리고 장래의 지도자들과 얼마나 ‘꽌시’를 맺었는가.한·러 수교 이후 러시아인들이 느꼈던 ‘얄팍한 한국 인’에 대한 실망감을 중국인들에게 또 안겨주어서는 안될 것이다.성급함을 버리고 길고 크게 앞을 내다보며 중국인들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당당 한 외교전략을 펴면서 중국이 미국처럼 국제사회의 지도적인 국가로 연착륙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지혜롭게 맡는다면 한국과 중국은 상생관계로 동반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 대한매일 '임영숙 칼럼' 2002.08.22

임 영 숙
http://columnist.org/ysi
대한매일 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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