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20일 No. 495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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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그해오늘은] 제1의 독립



1960년 오늘 세네갈이 제1의 독립을 맞는다. 그 뒤 세네갈이 다시 식민지라도 됐다는 소리냐고 탓하지 말라.

지난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프랑스를 꺾자 그들 스스로 '제2의 독립'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우 이름에 형의 이름을 맞추듯 제1의 독립이라고 불렀으나 그 뜻을 모르는 세네갈인은 없다.

독립을 해도 프랑스의 통치는 끝나지 않았다. 그 초대 대통령 셍고르가 프랑스에서 공부한 프랑스 시민이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세네갈과 프랑스를 다같이 사랑하는 시인이자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기도 했다.

문제는 세네갈 자체가 셍고르처럼 프랑스를 떠나 살 수 없어 그들의 입김 아래 놓인 점이다. 실은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누른 것도 그렇다. 세네갈 선수들은 프랑스를 통해 유럽으로 가서 스타로 컸고 그 힘으로 프랑스를 누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감격 앞에 그런 것은 하찮았다. 베트남으로 치면 프랑스로부터 제1-제2 독립을 한꺼번에 쟁취한 디엔비엔푸의 승전이었다.

제1의 독립의 주인공 셍고르가 제2의 독립 전야인 지난해 12월 타계한 것도 그 구색을 맞춘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시인으로서 셍고르가 그 순간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가 새로 시를 짓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작시 '그대는 오래 품고 있었네'를 낭송만 해도 좋았다.

"운명의 어떤 황혼이 그를 비추듯/ 그대는 두 손으로/ 전사의 검은 얼굴을 오래 품고 있었네/…/ 언제 다시 보리오? 내 나라를/…/ 그대 검은 젖가슴의 식탁에 언제 다시 앉으리오?"



- 세계일보 200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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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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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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