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17일 No. 49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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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낀 팔당호 보호

수도권 2,000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난개발로 오염되고 있다. 정부가 1999년부터 매년 2,500억원을 쏟아 부어 하수처리장과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있으나 수질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팔당호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연평균 1·3∼1·4ppm으로 1급수에 못 미친다. 팔당호 수질개선정책이 북한강 유역의 무분별한 택지개발과 숙박업·유흥업소의 난립으로 실패로 돌아갔음이 확인됐다.

한강유역환경관리청이 발표한 팔당호 주변 개발실태는 한심하다 못해 경악스럽다. 녹지, 대지, 임야 할 것 없이 난개발로 대단위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섰다. 산 곳곳이 깎이고 잘린 채 누런 맨살을 드러내고 공사장에서 흘러내린 흙이 팔당호로 흘러 들어가 황토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변구역의 도로 양옆에는 음식점, 러브호텔, 유흥주점, 카페가 줄지어 자리를 잡아 도심의 먹자골목처럼 변했다. 저녁이면 러브호텔의 붉은 네온사인이 유흥가를 방불케 한다. 유흥음식점과 숙박시설은 1990년 2,819개에서 2000년 1만10개로 10년새 3.5배나 늘어났으니 상수원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내에서도 축사, 농가창고 등으로 허가받은 뒤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한 공장이나 물류창고가 들어서 있다.

상수원 보호지역을 난개발 하도록 방치하는 나라가 과연 문명국인가. 한강특별법은 한강 상류의 2,109㎢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숙박업소는 400㎡, 공장은 1일 폐수 발생량 500t 이상은 입주를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준농림지역에도 주택 외 일체의 음식점·숙박업소 신축을 허가하지 않고 외지인의 준농림지 개발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거주 조건을 달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벗어난 지역도 양안 1㎞를 수변구역으로 지정해 공장, 음식점, 숙박업소, 축사 설치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 규제는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하천상류 20㎞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렇듯 촘촘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팔당호 특별대책지역 내에서 이뤄진 건축허가는 모두 4,100여건에 260만㎡(약 79만평), 산림형질변경도 1,700건에 3백만㎡에 이른다. 이는 업자들이 법의 틈새를 악용한 결과다. 규제면적 이하로 쪼개서 허가를 받은 후 묶어서 개발하는 수법 등이 그것이다. 편법을 동원하는 업자와, 세원을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지자체의 지역이기주의가 맞아떨어져 인허가권이 남발되기 때문에 마구잡이 개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는 수질보호를 위해 거액을 풀고 팔당호 주변의 지자체들은 그 돈을 받아쓰면서 인허가를 남발하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가구당 2,200원의 상수원보호비용을 부담하는 수도권 주민의 입장에서는 분노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식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원 지역의 각종 인허가를 지자체에만 과연 맡겨야 하는지를 이번 기회에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팔당호 특별대책지역내 7개 시·군 단체장 대부분이 지역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다는 점도 난개발을 부채질할까 우려된다.

시·군에 따라 일정량 이상의 오염배출총량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오염총량제를 서들러 시행해야 한다. 이 제도는 낙동강 등 3대강 수역에서는 이미 시행해 효과를 보고 있다. 유독 한강수역 지자체에만 시행 시기를 자율에 맡겨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팔당호 문제가 불거진 후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수도권 지자체 중 처음으로 오염총량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 본다.

한때 그 악취 때문에 의회가 정회하기도 했다는 런던의 템스강은 엄청난 재정투자와 정부의 지속적 관심으로 이제 끓이지 않고도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산악 오지(奧地)의 상수원 하천에까지 높은 철조망을 쳐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오염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21세기는 환경의 시대다. 환경을 파괴하고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난개발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정부는 수질보호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수질환경보호를 위해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하고 법의 허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지원만 받고 오염원 관리에 손을 놓은 지자체에 대해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상수원 오염과 훼손은 중벌로 다스리고 있다. 식수원 보호는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 담배인삼신문 200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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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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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ist Meister Schule 기획이사
시인 ·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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