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15일 No. 49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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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의 성차별

남의 명예에 손상을 입히는 일-.

국어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는 명예훼손의 뜻이다.그렇다면 `사이버 명예훼손 '은 인터넷이나 PC통신 등 사이버 공간에서 남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려 당사자의 명예를 크 게 손상시키는 경우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명예훼손의 대 상도 개인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연예인에서부터 국가기관,공공단체,기업 등 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검찰 발표를 보면 2000년에 97명에 지나지 않았던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이 지난해 213명으로 늘었고,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의 두배가 넘는 509명을 기록하고 있다.이는 지난해 상반기 83명에 비하면 무려 6배이상 늘 어난 수치이다.

당국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관련법을 개정해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행위 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있는데도 이같은 일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안 타깝다.검찰은 올 연말까지 특별단속을 벌일 방침이라고 하지만 얼마만큼 효 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사례를 보면 자신을 만나주지 않거나 사귀다가 헤어진 애인의 실명으로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전화번호와 e메일주소를 게시판에 올리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음 란 채팅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인적사항을 도용당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 게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이다.

이밖에 자신이 싫어하는 연예인,반대당의 정치인 등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 을 인터넷 게시판에 퍼뜨리는 경우도 많다.민원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나 담당공무원을 모함하는 내용도 게시판에 자주 오른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누구나 자기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게 된다.자신의 신분 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과격한 표현으로 욕설 또는 비방을 하거나 음 담패설을 늘어놓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 같은 미래학자들은 물론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까지도 인터넷이 우리 인 류의 장래를 훨씬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초기만 해도 그렇게 될 듯이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은 익명성과 비대면성,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현실세계의 억압구조가 해체되면서 남녀 가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남성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을 띤 채 여성들에게 군림하려 하고 있다.상대방이 여성인 줄 알게 되면 갑자기 남성으로서의 우월감을 갖 고 대한다.힘의 논리나 성차별 구조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수가 6억명에 이를 만큼 모든 길이 인터넷으 로 통하는 인터넷 시대이다.그런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터넷 문화를 건전하게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다.그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사이 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행위를 근절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자신의 생각을 함부로 표현함으로써 남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방종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 의 공간이 돼야 한다.그렇게 되지 않고서는 인터넷 시대의 미래가 결코 밝아 질 수 없다.

- 대한매일 '인터넷스코프' 200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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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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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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