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14일 No. 49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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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그해오늘은] 사형 주고받기



1945년 오늘(8월14일) 페탱 원수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은 드골로부터 답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 수상으로 독일에 항복해 친나치 정권을 이끌던 페탱은 드골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집행될 수 없는 선고였다.

당시 드골은 독일군은 물론 비시 정권 군대와도 싸우고 있었다. 그런 드골에게 금부도사가 사약을 들고 가봤자 함흥차사가 될 게 뻔했다.

페탱에 대한 사형선고도 집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종신형으로 감형돼 복역하다 6년 뒤에 죽은 것은 사형이나 다름 없었다. 1차대전의 영웅인 페탱의 전설은 이미 사형을 당한 것이다.

페탱과 드골의 인연도 1차대전에서 시작된다. 그 인연이란 당시 육사를 갓 졸업한 드골이 대령이던 페탱의 휘하에서 싸웠다는 정도가 아니다. 드골은 부상을 당하고 포로가 됐다가 탈출하는 등 그때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페탱은 한국전으로 치면 낙동강 방어전 같은 베르 전투로 이름을 날린다. 페탱이 2년 뒤 육군 원수가 된 것은 그 이름값이 얼마나 높았던가를 말해 준다. 바로 그래서 프랑스를 해방시킨 드골에게 페탱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이었다.

"민족 배반자들을 단죄해야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드골에게 그는 분명 민족 배반자였으나 그에 앞서 민족 수호자였다. 그러나 1차대전 전승의 화신은 95세의 나이로 복역중에 죽는다. 그 대신 프랑스 민족정기는 2차대전의 굴욕을 딛고 바로선다.

민족반역 외에는 업적도 없는 자들에게 곧잘 독립유공자들이 단죄를 당했던 우리로써는 새삼 부러운 일이다.



- 세계일보 200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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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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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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