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12일 No. 49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8월 12일 [그해오늘은] 배우같지 않은 명배우



1982년 오늘(12일) 숨진 헨리 폰다는 명배우는 그만두고 배우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레고리 펙처럼 미남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앤서니 퀸도 미남은 아니었으나 개성은 있었다. 폰다는 레이건처럼 이렇다 할 개성이 없음에도 3류가 아닌 명배우가 돼서 놀랍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의 마스크에도 무언가는 있다. '스타 배우'로는 걸맞지 않으나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이 그렇다. 그래서 고뇌하는 것도 같고 사색하는 것 같기도 한 그 표정을 연기에서 잘 살렸다.

그가 오드리 헵번, 멜 페러와 함께 출연한 '전쟁과 평화'에서의 연기는 대표적이다. "'전쟁과 평화'에서 원작의 메시지를 이해한 듯한 배우는 폰다뿐이었다"는 평도 있었다. 그것은 연기 이전에 그의 삶에서 얻은 것이기도 했다.

미네소타대 신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원래 기자 지망생이었다. 그러다 대학시절의 연극활동을 계기로 배우가 됐으나 그는 기자역을 즐겨 맡았고 성공적이기도 했다.

사회의 주름진 구석을 꼬치꼬치 파헤치는 그의 연기에서 주름살은 너무 잘 어울렸다.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법정영화도 그렇다. 여기서 그는 기자가 아니라 열두명의 배심원 가운데 하나였으나 사회의 허구를 파헤쳐 보인다.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한 소년을 다른 11명의 배심원들이 너무 쉽게 범인으로 단정하는 사회의 비인간적 측면을 고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지루하기만 해서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법정영화가 뿌리를 내렸다. 배우 같지 않은 명배우가 영화 같지 않은 명화를 만든 것이다.



- 세계일보 2002.08.12

-----
양 평 (梁平)
http://columnist.org/yangpy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olumnist.org

c o l u m n i s t @ c o l u m n i s t . o r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