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12일 No. 48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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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다

컴퓨터가 사무용으로 등장하자 타자수들이 다 없어졌다. 대도시에서 흔히 보던 타자학원 간판도 볼 수 없게 되었다. 타자수들이 정말 없어졌나. 타자수들이 하던 일은 없어졌나. 그렇지 않다. 타자기 시절에 손수 타자기 글자판을 만지는 사장님이 거의 없었듯이, 컴퓨터 시대에도 컴퓨터 글자판을 만지지 않는 사장님이 많다. 타자수라는 명칭은 없어졌을지 몰라도 타자 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장님을 위한 비서가 그 일을 컴퓨터로 하고 있다.

이른바 '펜팔'('편지친구'니까 '펜팰'이어야겠는데 '펜팔'로 굳어졌다)라는 것도 전화가 보급되면서 사라져 갔다. 펜팔이 정녕 사라졌나. 이 또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전화 시대에는 '폰팔'이었다가, 컴퓨터 통신 시대에는 '대화방'에 들락거리는 부류로 진화했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는 '채팅방'이 그들 판이다.

인간의 속성과 욕구가 크게 바뀌지는 않는 성싶다. 펜팔 하던 남녀가 사랑을 키워 혼인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더러는 펜팔로 사귄 나쁜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버린 처녀들도 있었다. 요즘도 그렇다. 남녀가 채팅하다가 서로를 잘 이해하게 돼 건전하고 합법적인 결합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있다. 더러는 일방의 피해로 끝나는데 사람들 심성이 사나워져서인지 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빼앗기기도 하는 것이 옛날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통신판매'라는 것이 예전에 있었고 '통신교육'이라는 것 또한 있었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에는 그 중요성이 오늘날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사이버쇼핑몰이나 사이버 강의의 뿌리는 진작 이렇게 있었다. 예부터 있던 것이 형태만 바뀐 것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아주 드물고, 새 것이라 해도 옛 것의 바탕 위에서 나온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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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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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전 대한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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