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8월 9일 No. 48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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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기 전에 예절을 지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5000년 전 이집트의 로제타 돌에 새겨진 비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 「요즘 젊은 놈들 버르장머리 없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젊은이들에 대한 불만과 세대간의 갈등은 5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4∼5년 전의 일입니다. 절친한 벗이 급히 만나자고 해서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모 대학교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믿고 있던 아들이 언제부터인지 경영학 공부는 접고, 영화에 미쳐 급기야는 가출해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일선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할 「믿었던 재목」이 엉뚱하게 「딴따라판」인 영화판에 뛰어 들었으니 家門의 수치라는 것이죠. 그래서 패가망신하기 전에 저보고 소문내지 말고 찾아서 구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젊었을 때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 이후 제 친구의 아들은 가정으로 돌아왔고 지금도 영화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 사건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무엇보다 세대간의 가치관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격차를 좁혀 주는 부모와 자식 간의, 늙은이와 젊은이 간의 진솔한 대화가 없다는 것이죠.

저는 대화 不在의 현상이나 커뮤니케이션 갭을 치유하는 책임이 기성세대보다는 젊은 세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닥다리」라고, 「뭘 모른다」고 기성세대를 몰아붙이고 상대도 안 한다면 양자간에 존재하는 가치관의 격차는 결코 좁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의 思潮(사조)와 내일의 세계를 정확하게 豫斷(예단)할 수 있는 능력은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전향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기성세대와 성실한 자세로 끈기 있게 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교훈은 젊을 때 하고자 하는 일은 부모도 못 말린다는 점입니다.

저는 지금도 후회하는 일이 있습니다. 대학시절에, 더구나 20∼30代의 직장생활 때 외국어 공부를 제대로 못한 데 대한 회한입니다.

지금처럼 새벽시간을 활용했더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은 국제화 시대입니다. 적어도 서너 개의 외국어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40代에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이런 뜻에서 저는 젊은 세대에게 시간이 흐르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 태워 마음껏 해 보라고 권유합니다.

영화도 좋고 연극도 좋고 미술도 좋습니다. 테니스면 어떻고 야구나 축구면 또 어떻습니까. 나이 들어 후회하지 말고. 다만 5000년 전이나 요즘처럼, 버릇없다는 말만 듣지 않도록 당당하게 주장하고 설득하면서.

- '월간 조선' 8월호 특집 '늙은이가 젊은이에게' (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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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http://columnist.org/getiger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