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7월 26일 No. 48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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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총리 청문회를 앞두고

장상 총리서리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 왔다.29·30일 이틀간의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장 총리서리의 아들 국적문제,본인의 학력 오기 의혹,부동산 투기 의혹등 각종 자격 시비들이 검증되고 총리 인준 여부가 31일 결정될 것이다.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처음 열리는 것이다.따라서 앞으로 인사청문회의 수준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엄정하게 진행돼야 하리라고 본다.객관적인 평가기준과 공정한 잣대로 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최소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론재판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 11일 김대중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를 지명했을때 정치권은 이를 ‘절묘한 카드’로 받아 들였고 여성계는 ‘경사’로 받아 들였다.그러나 불과 10여일 만에 ‘절묘한 카드’는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고 여성계의 잔치분위기는 급속도로 식어 버렸다.지명 바로 다음날 ‘도덕주의자’‘원칙주의자’로 장 총리서리를 보도했던 신문지면에 잇달아 그와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혹들이 줄줄이 보도됐다.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장 총리서리를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여성계는 장 총리서리가 “총리직을 수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듯 하다.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초 여성총리 지명의 의미를 나누는 여성모임’에서 김현자 전 국회의원은 장 총리서리를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이인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100% 완벽한 사람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총점으로 봐서 그만한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과 여성계의 인식에는 이처럼 큰 간극이 있다.그 간극을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 총리서리의 문제를 감싸안기 때문에 생긴것”이라고 치부해버려서는 안된다.‘최초 여성총리 지명의 의미를 나누는 여성모임’에서도 장 총리서리가 “여성이기때문에 폄하되거나 혹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폭 지지해서도 안된다”고 천명했다.국회 청문회는 이 간극에도 주의깊은 시선을 보내야 할 것이다.

사실 여성으로서 장 총리서리를 둘러싼 논란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아들의 외국 국적 문제를 제외한 다른 의혹들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프린스턴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는데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이력서에 썼다거나,10여년전에 동료교수들과 함께 경기도의 산자락을 샀다거나,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두채의 아파트를 쓰고 있다는 것등을 고의적인 학력위조나 부동산투기로 모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여성이 어떻게 국방을 책임지느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발언처럼 여성비하적인 시선과 흠집내기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사회지도층으로서 지녀야 할 엄격한 도덕성이나 책임감의 잣대,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어긋나는 측면이 장 총리서리에게 없는 것은 아니다.또 우리 사회가 일반적인 관행과는 다른 엄격한 기준을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비현실적인 잣대로 난도질하는 가학적인 여론몰이에서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여성계도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를 과연 반길 일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대통령 임기말 정치권의 극한대립속에서 던져진,고작해야 7개월짜리 여성총리라는 자리를 그 복잡한 속내를 알면서도 ‘역사적 상징성’을 부여하며 반길 수 밖에 없는 우리 여성들이 안쓰럽다.

이번 청문회를 통과해 총리 인준을 받는다면 장상총리는 말을 아껴야 할 것이다.“총리가 될줄 알았더라면…”같은 실언을 다시는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아울러 결코 만만한 여성총리가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그와 함께 일한바 있는 이화여대 교수와 교직원들이 말하는 “공평무사하고 일을 맡기면 그 사람이 120%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탁월한 지도력”을 행정부를 이끌면서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 대한매일 '임영숙 칼럼' 2002.07.25

임 영 숙
http://columnist.org/ysi
대한매일 미디어연구소장
서울칼럼니스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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