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7월 23일 No. 47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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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과 정보공유권의 충돌

인터넷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고 나쁜 일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좋은 일이 나쁜 일보다는 훨씬 많은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일들 가운데 우리들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음악을 MP3파일로 다운 받아 듣는 일이다. 인터넷을 통하면 별도의 요금을 지불할 필요도 없이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얼마든지 찾아 들을 수 있으니 네티즌들에게 음악파일 공유사이트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하겠다.  

필자는 한달 전까지만 해도 「소리바다」와 같은 음악파일 공유사이트 같은 것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사이트를 통해 듣고싶은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필자가 이 사이트를 접하게 된 것은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하는 대학 4학년짜리 딸아이 때문이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서도 계속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궁금한 나머지 물어보았더니 음악파일 공유사이트에 들어가면 어지간한 노래는 찾아서 들을 수 있다며 요령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필자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노래가 있었다. 덕분에 내가 30∼40년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노래도 들을 수 있었고, 그토록 애타게 찾고 있던 오리지널곡도 찾아 다운받을 수 있었다.

필자와 같은 50대 나이의 사람들은 1960년대에 10대나 20대 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음악에 대해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때였으며, 노래도 많이 듣고 부를 때였다. 특히 그 시대야말로 팝송의 르네상스시대가 아니었던가.

필자가 소리바다에서 찾을 수 있었던 노래 가운데 몇곡만 소개하면 우선 레이 피터슨의 Corrina Corrina를 들 수 있다. 1960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레이 피터슨이 나이 들어 부른 것은 종종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지만 오리지널곡은 라디오에서 정말로 듣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레코드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노래이다. 그런데 필자는 오리지널곡을 소리바다에서 찾아냈으며, 실로 40년만에 그 노래를 들어보니 20대 젊은 시절의 추억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는 것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불렀던 Anything That's Part of You도 그렇다. 이 노래는 라디오에서 가끔 들을 수 있지만 CD를 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런데 소리바다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곡이다. 이밖에 앤 마그렛의 Slowly같은 곡도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다시는 듣기 어려운 곡인지도 모른다. 폴 앵커의 Tell Me That You Love Me도 마찬가지다. 레코드가게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만날 수 있는 곡이다.

필자는 특히 흘러간 팝송들이 하도 좋아 딸아이에게 부탁해 무려 2백50곡이나 되는 곡을 CD에 복사해 갖고 다니면서 듣고 있다. 동기회사무실이나 친구회사 등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이 CD를 삽입시키고는 옛날 추억이 아련한 올드팝송들을 함께 듣는다.

필자가 이렇게 하니 팝송듣기를 좋아하는 몇몇 친구는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다며 복사해달라고 조르기까지 했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딸아이에게 부탁해 새로 CD를 구어 선물하기도 한다. 그러면 너무 좋아 나이도 잊고 어쩔 줄을 모른다.

사실 필자에겐 소리바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준 아주 고만운 존재이다. 만약 소리바다와 같은 음악파일 공유사이트가 없었다면 그토록 찾고 싶고 듣고 싶던 노래들을 어떻게 찾고 들을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필자에게 살아가는 재미를 맛보게 해준 소리바다가 음악파일의 무단유통을 금지시키는 법원의 판결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될지도 모른다니…. 그렇다면 아직까지 찾지 못한 노래는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어제 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재펀정 김선혜 부장판사)가 지난 11일 "소리바다를 운영하는 양일환·정환씨 형제는 소리바다 서비스를 위해 사용중인 서버 3대를 소리바다서비스 또는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양씨 형제가 이 판결에 불복하고 상급법원에 본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소리바다서비스는 중단이 불가피해진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양씨 형제는 소리바다를 이용해 원고측이 음반제작자로 돼있는 노래가 들어있는 MP3파일을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받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온라인상에서도 오프라인과 같은 창작물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판 냅스터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소리바다재판의 결과에 대해 음반제작자들은 불황타개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 환호하고 있다. 이들은 "네티즌들도 이제는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판결"이라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음악파일을 직접 서로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P2P(개인 대 개인)방식을 도입해 자료교환의 중매역할에 그치고 있는 사이트에 대해 저작권 위반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리바다가 무료음악파일을 직접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컴퓨터에 이런 파일이 있다고 개방하고 있는 만큼 저작권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측은 "인터넷상의 정보교환이나 일상적 이용행위가 복제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변리사는 "이번 결정으로도 온라인을 통한 파일유통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디지털시대에 맞는 규정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보호받아 마땅하다. 특히 예술이나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저작권보호가 필수임을 고려할 때 인터넷공간 역시 저작권보호가 네티즌의 정보공유에 앞서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다.

그러나 정보공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인터넷시대에서 지적재산권이 아날로그시대처럼 보호받을 수 있는가 하는데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그래서 음반제작자들의 지적재산권도 보호하고 네티즌들의 정보공유권리도 존중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200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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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전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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