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7월 5일 No. 46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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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그곳에 가면…

     청별 부두에 하선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세연정이다. 인공과 자연을 조화시켜 조성한 전통정원 안에 인공 연못(세연지와 회수담)을 만들고 연못 가운데에 지은 세연정은 고산 윤선도 선생께서 어부사시사 40수를 짓고 오우가를 노래하던 아담한 정자다. 비록 복원한 정자지만 운치가 있다.
     특히 이곳에 있는 판석보(板石洑)는 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은 약간 높이면서 다섯 개의 구멍을 뚫고 물이 빠져나가는 곳은 낮추면서 두 개의 구멍을 뚫어 연못에 유입되는 물의 흐름과 압력을 조절하고 그 평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건너는 길을 평평한 돌(板石)로 깔아 건조할 때는 다리가 되고, 우기에는 폭포가 되도록 한 고산의 지혜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보길도의 주봉인 격자봉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산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부용동 안에는 이곳 세연정과 함께 고산이 기거하던 낙서재, 사색의 장소로 애용하던 동천석실과 옥소대 등 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그 어느 곳 하나, 고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며, 35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문학적인 풍류와 선비로서의 고고함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보길도 동쪽 바다로 나가면 오른쪽에는 예송해수욕장이, 왼쪽으로는 중리해수욕장과 통리해수욕장이 있다. 예송은 검은 갯돌로, 중리와 통리는 흰 모래 사장으로 대조를 이루지만, 세 곳의 해수욕장 모두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울창한 해송과 상록수가 맑고 짙푸른 바닷물과 함께 천혜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일주하게 되면 일부 비포장도로도 있지만 맑고 푸른 청정바다 위에 크고 작은 섬들이 떠있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여러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6년 전 여름, 나는 모 신문사 논설위원과 함께 예정에 없이 보길도를 찾았다. 해박하면서도 넉넉한 마음을 가졌던 갤로퍼 택시운전사의 누님 집에서 농어회에 소주잔을 곁들였던 그때가 생각나면 나의 마음은 어느덧 보길도를 헤매게 된다.

- 동아일보 200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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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http://columnist.org/getiger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