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6월 30일 No. 465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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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한국 PC방

"원더풀(wonderful)!"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를 취재했던 기자들이 얼마 전 우리나라의 PC방을 살펴보고 내뱉은 탄성이다. 자기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을 목격했으니 "대단하다"며 이 같은 탄성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보통신부와 KT는 한국 정보기술(IT)의 발전상을 홍보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IT테마투어」를 실시하고 있는데, 마침 월드컵대회기간 중이라 외국의 취재기자들을 초청했던 모양이다. 이 행사에 참가했던 외국기자들은 PC방 체인업체인 사이버리아 청담동점을 둘러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멋진 관상수들이 놓여있는 1백20평 규모의 넓다란 매장 안에 첨단 펜티엄4급의 첨단 PC 1백5대가 놓여 있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특히 내부를 싱글룸, 커플룸, 사이버멀티게임장, 사이버증권방, 영상채팅방, 프로게이머 동아리실 등 맞춤형 PC방으로 구분해 놓은 것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을 것이다.  

외국기자들은 직접 인터넷을 해보고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에 한결같이 놀라는 표정들이었고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말로만 들었던 한국 PC방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이들이 자기가 속해 있는 신문이나 방송에 어떤 내용의 기사를 썼는지 궁금해진다.

몇년 전 PC방이 처음 생길 때만 해도 어두컴컴한 곳에서 청소년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오락을 하며 시간을 죽이거나(?) 음란물을 검색하는 장소라는 정도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상당수의 어른들은 지금도 그곳에서는 온갖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PC방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필자도 나이에 비해 비교적 자주 PC방에 들르는 편이지만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대부분의 곳이 어두운데다 공기 나쁘고 지저분했다. 아직까지 그런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PC방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선 카페형식의 PC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마치 호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도 있다. 어두컴컴한 조명에 담배연기 자욱한 기존의 PC방과는 전혀 다른 곳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고급 PC방이 보편화돼가고 있다.  

내부시설과 분위기가 다른 만큼 이용방법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입구의 개인 사물함에 무료로 짐을 보관하고, 원하는 시간만큼 선불카드를 충전하면 커플존, 게임존, 레이디존, DVD존 등의 다양한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음료수가 마시고 싶을 때는 화면의 메뉴를 클릭하면 직원이 자리까지 음료수를 가져다주기도 하며, PC방 가운데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PC방마다 특색도 각기 다르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를 구비한 곳, 인터넷영화 전용 상영관을 따로 둔 곳, 중고교생의 입장을 제한하는 곳 등 매우 다양하다. 어떤 곳은 여성과 커플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두고 있으며, 휴게실과 테이크아웃 바를 설치한 PC방도 있다.

물론 이런 곳은 요금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분위기가 좋은 탓에 직장인 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은 사무용 노트북을 들고 다녔지만 요즘은 길을 가다가 컴퓨터를 필요로 할 때는 한집 건너 한집 꼴인 PC방에 들러 용무를 보는 사람도 많다다. 언제부턴가 PC방은 움직이는 사무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PC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렴한 가격보다 색다른 고급 서비스로 전략을 바꾼 체인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평범한 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색다른 분위기 연출과 서비스로 신세대층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한국의 PC방이 상업적인 측면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자 외국에서도 같은 형태의 PC방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제법 성업을 이루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한국형 PC방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접속 속도가 빨라지고 비디오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10년전 한국에서 태동한 PC방이 미국의 주요 대도시와 지역사회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PC방 확산은 이 캘리포니아주 남부 도시들 외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로 전국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PC방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IT상품의 하나이다. 현재 PC방체인업체들은 미국, 일본, 중국 등지로부터 PC방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고 체인을 설립했거나 준비중에 있다. 한국형 PC방이 계속 외국으로 퍼져나간다면 우리나라의 살림살이를 다소나마 나아지게 하는 효자상품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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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전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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