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6월 28일 No. 46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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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섬'을 빛낸 '꽃 잔치'

    '찬란하게 빛나는 섬'이란 뜻이 담긴 스리랑카는 인도양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다. 남한의 3분의 2정도 되는 면적에 1,900여만명의 다국적 인종이 살고 있다. 섬 전체는 물방울 형상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땅이 좁아져 인도 대륙이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 같다.
    스리랑카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이 보석과 홍차다. 충적토질에서 나는 보석과 고산지대서 생산되는 '실론' 홍차는 스리랑카가 자랑하는 특산품이다. 기원전 10세기, 솔로몬 왕이 '시바의 여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한 루비가 스리랑카에서 나왔다. 영국여왕의 왕관에 장식된 400캐럿짜리 블루 사파이어와 '인디아의 별'이란 사파이어도 스리랑카에서 생산된 것으로 뉴욕박물관에 영구 보존돼 있다.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홍차 '실론'은 고산지대의 서늘한 기온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란 탓인지 녹차 맛 또한 은근하고 깊다.
    스리랑카는 아직도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 초호화 호텔 결혼식과 거리의 풍경은 대조적이다. 꽃으로 장식한 결혼식장 입구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민속악단이 연주하고 춤을 추며 신랑 신부를 식장으로 안내한다. 한국 농악대의 '길놀이'를 닮았다. 여러 명의 화동(花童)들과 함께 하객들이 축가를 부는 것도 이색적이다.
    그러나 거리엔 기본료 35루피(Rc·420원 정도)하는 삼륜 택시가 호객행위를 하고, 신호등과 건널목도 드문 거리를 차량과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오고가 아찔아찔하다. 거리 청소원이 지나가는 필자에게 담배 한 개피를 달라고 하기에 선뜻 꺼내 주었더니 잠깐 사이 10여명이 몰려 손을 내밀어 한 개피씩 나눠주기도 했다. 물가가 싼 스리랑카지만 담배는 한 값에 1,800원꼴로 사서 피울 엄두를 못 낸다.
    적도와 북회귀선 사이의 열대지역에 위치한 스리랑카는 사계절이 후덥지근하여 행동은 굼뜨지만 무척 친절하다. 한국 축구의 신화는 TV 조차 없는 스리랑카 서민들에게도 기적으로 느껴진 것 같다. "꼬레아 풋볼 베리 굿"이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한국 플로리스트 스리랑카 초대전에 초대받아 스리랑카를 일주일 다녀왔다. 지난 6월22일부터 이틀동안 스리랑카 호텔 스쿨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한국 꽃 장식 전시회는 꽃 문화가 발달되지 못한 스리랑카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아직은 꽃다발이나 꽃꽂이가 꽃 장식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수준이 뒤떨어졌고 수입에 의존하는 꽃의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다. 신랑신부가 타는 커플카에 국화와 비슷한 하얀 다알리아로 장식하여 처음에는 장례차로 착각했다.
    1978년 한국-스리랑카는 문화협정을 맺었고,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주한 스리랑카대사관 초청, 스리랑카 호텔학교 후원으로 이뤄진 해외 전시회다. 개막식에는 스리랑카 관광부 장관을 비롯, 스리랑카 주재 한국 대사 등 많은 저명인사들이 참관했으며 국영 TV 등 현지 언론도 한국의 꽃 예술 기예에 찬사를 보냈다. 문화교류의 폭을 넓힌 것도 성과로 꼽힌다.
    이번 전시회는 스리랑카의 자연과 꽃을 소재로 한국의 독창적 미를 과시한 것에 의미가 깊다. 길가에 버려진 야자나무 토막과 야자나무 줄기,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 등을 이용한 대형작품들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고 찬탄을 보냈다. 쓸모 없는 소재에도 꽃을 이용해 생명을 불어넣으며 아름답게 부활하는 것이 꽃 장식이다.
    스리랑카 전시회를 주관한 마이스터 플로리스트 방식 회장은 "꽃은 민족을 초월한 공통의 언어"라고 강조한다. 문화의 차이, 빈부의 격차, 인식의 차이는 있어도 꽃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은 같다.
    꽃은 우리의 마음이자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이다. 꽃과 더불어 사는 삶은 생활의 윤기와 함께 향기가 묻어난다. 갈수록 거칠고 험해지는 세상에 꽃을 가꾸고 꽃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가슴을 열고 산다면 이 세상은 한 결 아름다워질 것이다. 생명의 희열이 담긴 꽃은 바라보는 자체로도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고 넉넉하게 하지만 꽃 예술로 승화시킨 꽃 장식을 감상하는 것은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깨끗한 해변, 울창한 밀림, 고대문화와 예술, 독특한 음식문화가 어우러진 섬나라에서 펼쳐진 꽃 잔치는 스리랑카 국민들에 가슴에 또 다른 문화의 향기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담배인삼공사(200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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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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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ist Meister Schule 기획이사
시인 ·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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