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6월 18일 No. 45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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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건과 롤리건

    월드컵 축구대회 열기로 온 나라가 달아올랐다. 축구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월드컵 태풍이 빨리 지나가길 목을 빼고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행업계, 상가, 극장가 등이 그렇지만 경찰 등 치안 담당자들도 그들 못지 않게 월드컵 폐막을 기다린다. 축구장이 달아오를수록 더 긴장해야 하고 강도 높은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훌리건(hooligan), 즉 축구장의 난동꾼들에 있다. 영국제 난치병 훌리거니즘(hooliganism)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 전염병으로 원산지 못지 않게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어 국제축구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이로 인한 중병을 앓기 일쑤다.
    훌리건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19세기말 런던의 한 뮤직홀에서 난동을 일으킨 아일랜드출신 부랑아 '패트릭 훌리한'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영국의 어느 조간신문이 1898년 폭동을 일으켜 체포된 젊은이들을 가리켜 이같이 불렀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갱단의 이름인 훌리 갱(hooley's gang)을 잘못 발음해 훌리건이 됐다는 설도 있다. 반면 그 시대 슬라브어권 국가들, 특히 러시아에 훌리건이라는 단어가 존재했으며 거기서 서유럽(영국)으로 옮겨갔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훌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으나 폭동수준으로 치달은 것은 1980년대였다. 1985년 5월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잉글랜드 리버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정전 도중 과격한 영국팬 수천 명이 이탈리아 응원단으로 돌진, 펜스가 무너지면서 39명이 압사하고 250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그 외에도 수많은 축구장 난동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줄을 이었다.
    이런 훌리건의 폐해에 반발해 나타난 것이 덴마크의 ‘롤리건(평화를 뜻하는 rolig에서 파생)’, 스코틀랜의 ‘울트라스’등으로 폭력을 철저히 배제한다. 얌전한 축구팬을 의미하는 롤리건은 1986년 덴마크에서 조직화된 일종의 응원단이다. 우리의 '붉은 악마', 일본의 '울트라 니폰', 중국의 '치우미'도 이와 비슷하다. 폭력 없는 축구를 내세우는 롤리건은 덴마크팀의 경기가 열리면 세계 어디든지 달려가 열광적으로 응원하며 철저하게 관전규칙을 지킨다.
    그들은 이번에도 한국을 찾아와 열심히 응원하고 경기가 없는 날은 조용히 문화관광에 나섰다. 우리 축구 팬들 가운데도 걱정스러울 정도로 과격한 이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축구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되새기며 롤리건처럼 성숙한 자세를 지녀 월드컵이 무사히 끝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웹진 '인재제일' 5.6월호 (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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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http://columnist.org/ynhp

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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