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6월 12일 No. 455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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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꽃피고 있는 IT월드컵

2002 한일월드컵 축구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열기는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운동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는 관중이나 길거리에서 대형 화면을 보는 시민들, 그리고 직장이나 가정에서 TV를 보는 시청자들 모두가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채 열광하고 있다.

온 국민이 염원하고 있는 16강 진출의 가능성도 경기가 거듭될수록 여러가지 변수를 낳고 있어 우리들의 마음을 안절부절하게 만들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16강이 아니라 8강까지도 거뜬히 진출했으면 하는 욕심이지만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래서 우리 선수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성원은 끝간데가 없는 것 같다.

이번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축구경기뿐만이 아니다. 21세기 최초의 월드컵답게 여러 방면에서 다채로운 최첨단 신기술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180개국 60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개막식은 정보기술(IT)과 우리의 전통문화의 화려한 만남을 연출해 우리나라의 IT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했다.

개막식 식전행사에서는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된 IMT2000단말기는 관중석의 환호하는 응원단들의 모습을 찍어 곧바로 초대형(가로 25.8m, 세로 9.24m) 전광판에 전송했고, 전광판은 이를 받아 최대 수평 720, 수직 480 해상도의 화면을 초당 60프레임씩 초고밀도로 쏟아내 생동감을 전했다.

또 인터넷 무선 LAN(근거리지역망)을 이용해 액정표시장치(TFT-LCD)가 부착된 에밀레종 형상물에 비천상과 백남준 비디오 영상을 방영함으로써 개막식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다. 개막식이야말로 이번 월드컵 축구대회가 「IT월드컵」이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통해 자국의 하이테크산업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IT강국 한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지난 3일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특히 그 동안 일본에 비해 경제발전이 뒤쳐진 이웃나라 정도로 평가됐던 한국이 이번 월드컵 대회를 통해 "한국의 IT기술이 일본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결과 IT경쟁에서 일본보다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2천여명의 내외신 기자들도 최첨단의 IT인프라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IT코리아의 경쟁력을 타전했다. WSJ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월드컵 개막식을 보면서 한국 IT기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에 자리잡은 국제미디어센터(IMC)에는 경기장 못지 않은 미디어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 중계방송을 전세계로 송출할 한국통신의 전송시스템이 갖추어진 방송중계센터(MCR)는 연일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국내 10개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기의 중계방송뿐 아니라 일본에서의 경기도 해저케이블을 타고 이곳으로 들어와 다시 전세계로 송출되고 있다.

경기장과 호텔 주변에는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LAN이 깔려 어디서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무선 LAN카드를 장착한 노트북 컴퓨터나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을 통해 월드컵 경기 속보와 선수 프로필, 교통·숙박·관광 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전송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IT 월드컵」이라는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3세대 이동통신(3G)이다. KT·LG텔레콤·SK텔레콤 같은 정보통신 회사들은 몇년 전부터 야심차게 개발해 온 3G 서비스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홍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3G폰은 스포츠 경기·뮤직 비디오 등 주요 TV 방송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지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국제 전화카드를 살 필요가 없다. 이동통신 3社에서 월드컵 출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로밍 계약을 맺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자신의 이동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또 이동전화로 월드컵 경기 등을 촬영해 전송할 수 있는 영상 폰메일 서비스와 동영상·대용량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이동 고속인터넷 접속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의 광화문과 시청앞, 부산의 부산역 등 유동인구 밀집지역에는 대형화면 HDTV가 설치돼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화질도 집에서 TV를 보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선명하다. 이는 수십만,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경기장까지 가지 않고도 길거리 응원을 가능케 함으로써 월드컵 열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3사의 월드컵 중계 신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KBS는 중계방송 때마다 볼점유율, 슈팅수 및 슈팅당 득점률, 패스성공률, 공격루트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3차원으로 선수들의 움직이는 모습까지 그려냄으로써 중계방송을 보는 재미를 더 해주고 있다. 또 가상 스튜디오를 운영, 월드컵과 관련한 토막상식과 에피소드 등을 동영상 또는 이미지 자료 등으로 내보내고 있다.

MBC는 각 팀의 공격과 수비형태, 전술 등을 자체 개발한 컴퓨터 장비를 이용해 해설하는 이른바 「사커 스크린(Soccer Screen)」을 월드컵 중계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해설자가 화면에 그려진 선수얼굴을 손가락으로 위치를 이동하면 자동적으로 화면에 움직임이 나타나는 방식이다. 필요할 경우에는 다양한 색을 사용한 선을 그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또 경기중 골인순간, 파울, 프리킥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3차원 리플레이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SBS는 한 벤처회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실시간 축구통계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포함한 모든 분석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전.후반 공격 주도율은 물론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여줌으로써 축구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 월드컵 축구대회는 더 이상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최첨단 신기술들을 선보이는 경연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월드컵은 우리 대한민국이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주도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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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전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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