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6월 5일 No. 45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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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그해오늘은] 집권층과 기득권층



1968년 오늘 로스앤젤레스에서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된 것은 큰 사건이 아니다.

링컨도 미치광이의 손에 죽었고 바로 케네디의 친형이던 존 케네디도 그 5년전 현직대통령으로 암살범의 총에 죽었다.

그러나 당시 로버트의 동생인 에드워드 상원의원이 한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형들을 죽인 것처럼 내게도 총부리를 겨눌 것이다."

막상 에드워드는 그 이듬해 암살자의 총이 아니라 여비서 코페크네와 얽힌 자충수로 무너지지만 당시 그가 내지른 이 비명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미국 현직대통령 일가를 차례로 보낼 수 있는 '그들'의 정체가 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존 케네디 암살의 경위가 아직도 시원히 밝혀지지 않아서 더 그렇다.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도 한 정치인의 암살로 보는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드물다. 그의 형을 죽인 보수 기득권층의 희생양으로 비쳤던 것이다.

달리 말해 미국 사회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집권세력과 팽팽히 맞설 수 있는 '보수 기득권층'이라는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피살됐을 때 마피아의 음모라는 소문이 퍼진 것도 그랬다.

대통령이 '대부'의 한 장면에서처럼 죽을 수 있다니 소문이 맞건 틀리건 놀랍기만 했다.

그 마피아들을 관할하는 연방수사국(FBI)과 이들을 관리하는 법무장관 케네디가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도 그렇다.

그 소문이 맞다면 진보세력인 케네디가는 집권은 했으나 그때까지 기득권을 누리던 수구세력의 도전앞에 무력한 셈이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은 어떨까.


- 세계일보 200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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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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