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5월 13일 No. 44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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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내 ID

네티즌들은 대부분 여러 곳의 인터넷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e메일을 주고받거나 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아마 청소년들은 대부분 20곳 이상의 사이트에 가입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도 여러 사이트에 가입했으며,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3개 정도이다. 하나는 개인적인 e메일을 주고받는 곳이고 다른 2개는 칼럼을 쓰는 곳이다. 이밖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입한 사이트도 많아 20곳은 좋이 넘을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둑사이트가 3∼4곳, 온라인신문 5∼6곳, 포털 및 검색사이트 5∼6곳, 음악을 받아보기 위한 사이트 2곳 등이다. 또 사이트이름이나 ID, 비밀번호 등이 기억이 나지 않는 곳도 있어 어쩔 수 없이 방치해 놓고 있다.

가입 사이트 수를 5∼6곳이라고 말하는 것도 자주 쓰지 않아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두개라야 말이지 20곳이 넘으니 일일이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가운데 몇 곳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회원자격이 박탈됐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 하러 이렇게 많은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했을까. 바로 바보 같은 욕심 때문이다. 몇년 전 인터넷에 대해 눈을 뜬 뒤 그저 여러 곳에 가입만 하면 좋은 줄 알고 신상정보를 아무 생각 없이 제공해가면서 가입을 했던 것이다.

나의 신상정보가 다른 곳에 유출돼 엉뚱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모른 채 무턱대놓고 가입을 했던 일은 정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나의 정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어나가게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염려 때문에 필요 없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이트는 탈퇴를 해야겠는데 우선 내가 가입한 사이트가 정확하게 몇 곳인지를 모르고 있어 답답해진다. 기록을 하지 않은데다 오랫동안 이용을 하지 않은 곳이 많은 탓이다. 설사 사이트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ID와 비밀번호를 몰라 스스로 탈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주로 쓰는 ID는 대략 4∼5가지이다. 대표적인 것이 netpen이다. 그러나 당초에 가입할 때 필자가 원하는 ID는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것으로 하다보니 사이트마다 다르게 됐다. 현재 쓰고 있는 ID는 10개가 넘는다. netpen21 등이 그래서 생긴 경우이다.

ID관리가 골칫거리로 떠오르자 ID를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고객들은 이런 사이트에 가입해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저장해놓고 이를 통해 다른 사이트들을 접속하게 된다. 관리사이트의 ID만 기억해두면 된다는 얘기이다.

어떤 네티즌들은 해킹 등 보안문제로 ID관리사이트를 꺼려해 자신의 컴퓨터에 관리프로그램을 깔아 사용하기도 한다. 사이트주소와 ID, 비밀번호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어 많은 네티즌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필자처럼 욕심을 부려 여러 사이트에 가입한 뒤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너무 많아 제대로 기억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처럼 인터넷사이트에 가입만 해놓고 거의 쓰지 않는 「잠자는 ID」가 엄청나게 많은 모양이다.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가입회원수의 40% 정도가 6개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휴면ID라는 것이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D사의 경우 휴면ID가 1천5백만개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휴면ID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업체들이 자사 회원을 늘리는데 힘을 쏟기 때문이다. 대형 포털사이트를 포함한 우리나라 10대 인터넷업체의 경우 휴면ID가 무려 1억1천만∼1억3천만개나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업계는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시스템 증설 및 관리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D사의 경우 관리시스템과 백업시스템 구축 등 시스템증설에 연간 10억∼20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메일용량 및 관리용량이 기존 5∼10 MB에서 최고 40MB까지 확대되고 있어 인터넷업체들이 휴면ID 때문에 추가해야 하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네티즌의 입장에서도 시스템 과부하 및 안정성 저하에 따른 속도 저하로 인터넷을 원활하게 이용하기가 어렵게 된다. 게다가 ID자원의 고갈에 따른 불편도 적지 않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ID는 쓰지 못함으로써 별로 의미 없는 ID를 양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런 ID들은 잊어버리기도 쉬어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ID분실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다른 ID로 재가입하는 등의 부작용을 빚게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 인터넷업체들이 안고 있는 휴면ID가 1억개를 훨씬 넘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티즌수가 2천5백만명 가까이 되니까 어쩌면 2억개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인터넷업체들은 휴면ID를 해지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그럴 경우 외형상으로 볼 때 회원수가 줄어드는 데다 회원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업체에서는 9개월이나 12개월 등의 기준을 삼아 그 동안 한번도 접속하지 않은 ID는 해지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문제는 한달 평균 수십만개씩의 휴면ID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휴면ID를 강제 해지시킨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업체가 안게 되는 비용부담은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이 되고 있다.

휴면ID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너나 할 것 없이 필요 없는 사이트는 어서 회원탈퇴를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과연 내게 필요한 사이트인지를 사전에 심사숙고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그다지 필요 없는 사이트의 가입을 삼가는 한편 독특하고 기억하기 쉬운 나만의 독창적인 ID를 갖도록 힘쓰자. 그러한 자세야말로 인터넷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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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전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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