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5월 6일 No. 43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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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정보 어디까지 지켜야 할까

     이메일 주소가 노출되면 금세 광고 메일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전에는 이메일 주소를 지니 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과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되도록 드러내고 싶지 않다. 요즘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무슨 신청서라든가 웬만한 문서에는 모두 이메일 쓰는 칸이 마련돼 있다. 적어 넣으면 뭔가 또 날아와 내 컴퓨터 편지함을 어지럽힐 것 같아, 불가피하지 않는 한 무시해 버린다.
     어떤 웹사이트는 가입자의 신원을 정확히 알아두어야 한다면서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하라 는데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 은행에 가서 놀란 일이 있다. 창구 직원이 내 주민등록번호를 컴퓨터에 쳐넣으니, 어느 은행들에 계좌가 있는지, 잔고와 빚은 얼마나 있는지, 무슨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지 줄줄 나온다. 보증을 얼마나 섰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주민등록번호를 아무렇게 생각할 일이 결코 아니다.
     집 전화와 휴대폰 번호 적는 칸을 채우는 것도 요즘은 망설여진다.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상업광고가 바쁜 때 진동하면서 들어와 신경을 건드리는 것은 참 짜증스럽다. 집 전화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평일 집에 있어 보면 투자 권유 전화나 잡지 구독 권유 전화 따위가 여러 건 걸려 온다. 전 직장 사우회 웹사이트에 전화 번호를 실어 놓으면 조금도 친하지 않던 사우가 뜬금없이 뭘 사라고 조르는 일이 생길 수 있지만, 반가운 전화가 더 많으니까 그쯤은 감수해야 한다.
     내 개인정보를 흘리지 않도록 내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속세를 떠나지 않는 한, 내 정보를 완전히 감추고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드문드문 칼럼을 쓰는 나 같은 사람도 최소한 휴대폰 번호쯤은 세상에 알려야 하니까.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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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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