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5월 3일 No. 43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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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많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듯하여 여기 실어 보내 드립니다. -[칼럼니스트]
한국영화, 되로 받고 말로 주기?

김 우 정 -(주)GFAN 문화거래소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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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가 봇물 터지듯이 헐리우드에 진출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의 영화제작사에 리메이크 판권을 수출하고 있다. [와호장룡]의 흥행으로 동양영화에 대한 서양인(정확히는 미국인)들의 인식이 변화한 것이 한국영화 수출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색다른 기획으로 큰 흥행을 기록한 한국영화의 비약적인 발전이 기폭제의 심지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영화의 수출을 반갑게만 봐야 할 것인가? 이 기회를 한국영화 수출의 교두보로 삼아야 할 것인가? 혹시 작은 것에 눈이 어두워 큰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헐리우드는 영화의 소재가 고갈되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헐리우드 제작자들은 일찍이 새로운 소재 찾기에 나섰고 중국, 일본을 거쳐 한국영화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 그 관심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2001년에만 8편의 한국영화가 수출되었고, 올해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의 직접적인 수출이 아닌 리메이크 판권의 수출이라는 점이다.

리메이크 판권이란 말 그대로 원작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현지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제품의 원료라고 본다면 리메이크 판권의 무역현실은 1970년대 한국경제의 가공무역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다만 지금의 영화가공무역은 수출국과 수입국이 바뀌어 있다는 점에서 1970년대의 가공무역과는 다르다. 가공무역이란 무엇인가? 원료를 수입가공하여 원료를 수입한 국가에 원료수입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무역행위다. 그렇다. 내가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수출을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즉, 당장의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과 향후 가공되어 다시 한국으로 수입될 헐리우드 영화의 수출전략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영화가 점유율 50%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참신한 기획력이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런 이유에서 리메이크 판권이 수출되고 있겠지만,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가공되어 다시 한국에서 상영 될 한국형 미국영화들의 흥행성적은 어떨까? 우리가 기획한 한국적인 소재의 영화가 미국의 거대자본과 결합하여 다시 우리 곁을 찾는다면 한국영화계의 영화판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그 때도 한국영화가 지금과 같은 50%의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소비자는 냉정하다. 얼마 전 솔트레이트랙 숏트랙사건(오노 사건)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극도에 달했지만 미국의 문화상품에 대한 소비는 큰 변동이 없었다. 차라리 그 사건 이후 뷰티풀마인드, 오션스일레븐 등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한국영화를 제치고 흥행수위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적 감수성과 소비트렌드가 언제나 일치하지 만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수출한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은 헐리우드의 상업시스템과 만나 새로운 블록버스터로 재포장되어 다시 한국 영화관객들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의 한국영화와 외화의 대결은 지금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일지도 모른다. 이미 헐리우드는 2001년의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공략에 필요한 무기인 한국적 소재를 준비하였기 때문이다. 가공의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본인이 걱정하는 것은 냉정한 소비자, 냉정한 시장경제의 원리다. 애국심만으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리메이크 판권의 수출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한국영화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영화인들의 보다 깊은 혜안이다. 새옹지마의 고사를 기억하자. 동전의 양면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생각하자.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면 한국영화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소탐대실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 우리 모두가 한국인의 저력을 믿고 있다면, 이제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프로의 모습을 저들에게 보여주자.

5000년 한국문화의 힘은 과거의 영화가 아닌 현실이요 우리 모두가 이어나가야할 미래요 희망이다. 문화를 사랑한다. 그래서 문화마케팅을 하고 있다. 사랑만으로 우리문화를 지키고 알릴 수는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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