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4월 24일 No. 43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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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사막

    황사는 '날아다니는 사막'이다. 중국 내륙지방에서 발행한 황사는 한반도는 물론 일본을 거쳐 미국 서해안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일본 규슈대 응용역학연구소와 도쿄대 기후시스템연구센터 연구팀들이 작성한 '대규모 황사 비산도(飛散圖)'에 따르면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4일만에 한국과 일본을 덮쳤고 9일만에 미국 서해안에 도착했다고 한다. 황사가 발생하면 피해 지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해는 황사가 유난히 잦을 뿐만 아니라 피해규모도 크다. 황사 관측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최악이었던 지난달 22일보다 더 심한 황사가 이 달 8일 또 내습했고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처음으로 황사 경보가 내려졌다. 황색투구를 쓴 안개군단이 도시를 점령한 듯 온통 누런 먼지 세상이다.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도시가 황색이다. 먼지바람은 기분마저 엉망으로 헝클어 놓았다.
    최근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황사의 발생지가 점점 중국의 북동쪽 흥센다크 사막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한다. 내몽골 고원지역이 과밀한 방목과 경작지 개발로 급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사발생 일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1998년에는 13일이었으나 지난해는 27일로 급증했다. 올해도 이미 13일이 넘었다. 5월 초까지 대형 황사가 2∼3차례 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니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근의 황사는 규소나 철 성분과 함께 알루미늄, 카드뮴, 납 성분까지 들어있어 대기중 중금속 농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황사입자가 호흡기나 눈 등으로 들어갈 경우 목이나 눈이 따갑고 아프다. 농작물이나 활엽수의 기공을 막아 생육에도 지장을 주며 항공기 엔진이나 반도체 등 정밀기계를 손상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휴업을 했는가하면 국내선 항공편이 결항되기도 했다. 황사가 몰아치면서 병원에는 피부, 눈병, 호흡기질환자 등이 줄을 잇는 피해가 잇따랐다. 경제·산업계 등 사회 전반에 황사공포증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했다.
    빈발, 대형화하는 황사에 정부는 기상 예보와 사후 먼지 측정 등 초보적인 대응 외에 손을 쓰지 못하다가 황사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황사 경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와 홍보 없이 경보제를 도입하여 큰 혼선을 빚었다. 경보 발령 기준이나 단계별 행동요령 조차 알려주지 않아 국민들의 짜증을 가중시켰다. 3단계 조치 가운데 주의보와 경보를 뛰어넘어 중대경보부터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방위 훈련 혹은 반상회 등을 통해 시민들이 황사 경보에 대한 단계별 행동요령을 숙지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할 것이다.
    황사 경보 전파 방식도 언론기관 통보 외에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중대 재해인 만큼 지상파 방송이나 동사무소, 아파트 방송망을 활용하고 학교의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전파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환경부가 도입한 황사 경보제는 시·도의 162곳 측정망을 통해 지역별로 지방자치단체가 먼지 농도를 측정해 기준에 따라 경보를 발령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보는 사후적 대처만 가능하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와 기상청 양쪽 일이 합쳐져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환경부가 뒤늦게나마 환경부 등에서 발표하던 황사 경보제를 폐지하고 기상청에서 황사 관련 기상 특보와 예보를 발표하기로 했다니 경보 발령의 혼선은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만 황사가 내습한 뒤 발령하는 뒷북치기식 경보를 개선해 미리 황사의 규모와 미세 먼지 오염도와 발생지역을 예보하는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중국은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퇴경환림(退耕還林)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수십년이 걸리 것이므로 황사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우리가 택할 최선의 방법은 황사예보체제를 잘 정비하는 것이다. 황사의 발생시간과 강도 및 지속시간 등을 잘 예측하여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담배인삼신문 200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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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Florist Meister Schule 기획이사
시인 ·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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