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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2년 4월 23일 No. 42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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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를 이끄는 사람들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열리기까지 약 7개월이 남았다.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이전에도 영화제를 준비하는 손길과 발걸음은 분주하기 짝이 없다. 특히 영화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프로그래머'와 '자원봉사자'의 활약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는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고 그 영화의 감독과 배우를 초청한다. 특정 영화인의 회고전을 마련하거나 이와 관련된 이벤트를 준비한다. 좋은 영화를 고르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은 지금 이 순간도 세계 각처를 누비고 다니며 다른 영화제보다 먼저 영화를 가져오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그래서 장르가 유사하거나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영화제 프로그래머간의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예를 들면 7월에 열리는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와 8월에 개최되는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는 서로 앙숙이다. 세계 양대 영화제인 2월의 베를린 영화제와 5월의 칸 영화제 신경전도 날카롭기 그지없다.
     그만큼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기획하는 내용과 선정하는 영화가 바로 그 영화제의 '색깔'과 정통성 그리고 생명력을 부여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짧은 기간에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제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프로그래머들의 안목과 전략,그리고 일관성있는 노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軸)은 자원봉사자이다. 자원봉사자(自願奉仕者)는 글자 그대로 '스스로 원해서 봉사하는 사람'이다. 다른 국제행사도 마찬가지지만,국제영화제는 많은 인력,특히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열흘 안팎의 단기 고용조건으로 이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소수의 정규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은 자원봉사자들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영화제 기간 동안 자원봉사자들은 공항 극장 호텔 식당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한다. 책자나 필름을 나르는 '짐꾼'이 되거나 통역이나 안내원 또는 운전기사나 주차안내원이 되기도 한다. 영화제를 찾는 손님은 누구나 이들과 처음 만날 수밖에 없고,이들의 안내를 받아야 하며,이들의 배웅 속에 떠나게 된다. 자원봉사자야말로 영화제의 '얼굴'이며,영화제의 인상을 머리 속에 각인(刻印)시키는 '상징'인 동시에 그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다.
     실버타운(은퇴한 사람들이 거주하는)인 미국 '팜 스프링'의 영화제는 자가용차를 운전하는 노령의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 '천사(엔젤)'로 불리는 영화조감독들로 구성한 자원봉사자팀을 운영하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독립영화제는 영화상영이 끝난 후 이들과 함께 영화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반면 자원봉사자가 거의 없는 칸 영화제는 불편하고 관료적이다.
     이에 비해 젊고 친절한 4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헌신적으로 일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이제 11월이면,프로그래머들이 엄선한 영화가 선보인다. 이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또 다시 전 세계에 빛나게 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약도 기대해 본다.

- 부산일보 2002.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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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