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칼럼니스트 No. 425
2002년 4월 15일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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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그해오늘은] 월드컵의 '뒷문'지키기



1989년 오늘 FA준결승전(노팅햄 포리스트리버풀)이 열리던 영국 셰필드의 힐스버러 축구장에서 입석 스탠드가 무너져 95명이 죽고 200여명이 다친다.

대처 수상이 '영국 스포츠 사상 최악의 불상사'라고 한탄했듯이 서방 선진국의 스탠드가 개발도상국의 와우아파트처럼 무너진 것은 놀랍다.

월드컵을 앞둔 우리에게 걱정스러운 것은 그런 사고가 영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 점이다.

소련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던 냉전시절인 82년 10월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유럽축구연맹컵 하렘(네덜란드)스파르타크 모스크바전에서 퇴장하던 소련관중이 동점골이 터지자 얼어붙은 출입구로 재입장하려다 340명이나 압사했다. 1917년의 볼셰비키 혁명이 무색한 인명피해였다. 그러나 축구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이처럼 건축물이 무너지거나 그 구조가 잘못돼 일어나는 '건재'(建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85년 5월29일 브뤼셀의 하이젤경기장에서 펜스가 무너져 39명이 죽고 250여명이 부상한 것은 인재가 건재로 이어진 경우다.

잉글랜드의 리버풀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팀이 유럽챔피언컵의 결승전을 벌이는 도중 영국 훌리건들의 난동으로 양팀 응원단을 가로막은 펜스가 무너져 이탈리아 응원단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축구장안에서 '신사의 나라'는 볼 수 없고 훌리건은 많다.

훌리건. 19세기말 아일랜드에서 이주한 훌리건이라는 폭력배에서비롯됐다는 그 어원은 이제 의미가 없다. 그것이 '극렬 축구팬'을 뜻한것도오래전의 일이다. 이제는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축구장에 끼어들어 집단 패싸움을 일으키고 도망치는 집단으로 진화됐다. 그들이 떼지어 한국에 몰려오니 폴란드전의 골문 못지않게 뒷문 단속이 급하다.


- 세계일보 200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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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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