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칼럼니스트 2002년 3월 28일 No. 413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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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생명, '물 전쟁' 온다

    '물은 온갖 모습으로 춤을 추는 댄서이며,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부드러운 위안의 속삭임으로, 때론 신비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최면에 걸린 듯 무엇이든 다 내비치는 물의 순수함과 청명함. 그러나 물은 신비이며, 그 속에 성(聖)과 속(俗), 창조와 파괴의 모든 상상이 가없이 펼쳐진다.'
    심미안으로 형상화한 물의 이미지가 물 흐르듯 선명하다. '하렘, 그 베일에 가린 세계'로 명성을 떨친 베스트셀러 작가 알레브 라이틀 쿠르티어가 쓴 '물의 역사'는 죽음과 재생, 창조와 파괴로 요약된다.
    '수도꼭지를 틀었지만 쉿 소리만 날 뿐 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상상해 보라. 며칠, 아니 몇 주 동안 목욕도 못하고, 변기에 물도 못 내리고, 기저귀도 빨 수 없다고 상상해 보라'며 일상생활에서 잊고 있는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우리는 우물이 말라야 물의 진정한 가치를 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물 소비가 너무 헤프다. 그야말로 '물 쓰듯'한다. 수돗물 소비량은 1,000달러당 43.1ℓ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호주(23.1ℓ), 미국(24.6ℓ), 영국(22.2ℓ), 일본(11.4ℓ), 프랑스(8.3ℓ)보다 많다. 물소비가 많은 것에 비해 수돗물 값은 세계에서 가장 싼 편이다. 199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수돗물 가격은 t당 0.34달러로 체코(0.68달러)와 캐나다(0.7), 이탈리아(0.84) 보다 싸다.
    유엔은 1993년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사용가능한 물의 양이 1,000t 미만인 국가는 '물 기근 국가'에 해당된다. 이대로 물을 물 쓰듯 쓰면 물기근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는 멀지않아 물 재해로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 뻔하다. 봄 가뭄이 극심해 일부지방에서는 농업용수를 식수로 쓰고, 제한급수를 하는 실정이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가뭄·홍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경친화적인 중소규모 댐 건설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댐 건설계획은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와 정치권의 예산삭감 등으로 답보상태다. 정부는 2006년까지 연간 790만t의 물을 절약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노후관을 교체하여 연간 1,840만t의 누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절수기 설치가 의무화된 대중 목욕탕과 숙박업소, 골프장 등에 조기설치를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민 스스로 물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이 물 부족사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대중 목욕탕에 가보면 물 부족에 대한 인식은 아예 찾아 볼 수 없다. 샤워기를 틀어 놓은 채 양치질을 하거나 비누칠을 하는 것은 예사다. 물을 흥청망청 낭비하는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물 절약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수돗물 1t 값이 커피 한 잔보다 싼 현실에서는 물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없다. 생산가의 75%수준인 물 값을 현실화해 국민들이 스스로 물의 귀함을 깨닫고 절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이스라엘은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강력한 물 대책과 몸에 배인 국민들의 물 절약 습관이 이끌어낸 결과다. 이스라엘 정부는 물 값을 20% 인상하고 잔디에 물주기 금지, 농업·공업용수 공급 감축, 농작물재배 축소 등 절수 대책을 추진했고 국민들도 적극 동참했다. 세숫물을 모아 세탁하고, 이 물로 화장실 청소를 할 정도로 물을 아껴 쓴다. '물은 곧 생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1세기 지구는 고온 가뭄 홍수 등의 이상기후와 인구증가로 극심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물 부족은 식량 문제와도 직결되고 '물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은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자 생명의 근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아껴 쓰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 담배인삼신문 200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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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칼럼니스트
일요서울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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