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3월 26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412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무료구독신청 및 해지 | http://columnist.org |
전면전에 돌입한 온라인우표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업체들이 e메일 1통에 최대 전송료 10원씩을 부과하는 「온라인우표제」시행을 놓고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다음측이 지난 19일 "오는 4월1일부터 온라인우표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전격발표하자 다음측에서 제공하는 무료메일(hanmail)을 사용해온 인터넷업체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다른 메일로 바꾸는 켐페인을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돌입한 것이다.

온라인 우표제의 시행문제는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돼왔으나 해를 넘겨 8개월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이번에 다음측에서 온라인 우표제의 강행을 재천명하면서 다시 붉어졌다. 다음측이 그 동안 온라인우표제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만큼 이번 발표를 듣고 인터넷업체들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지난 1월 다음까지 포함시킨 가운데 결성된 「e메일환경개선추진협의체」가 그 동안 양측간의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사실상 중재역할을 포기한 상태여서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e메일협의체는 결성이후 여러 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IP(인터넷프로토콜)등록문제와 관련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이다.

웹메일 발송업체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업체들은 다음측의 강행방침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0일 반박문을 발표한데 21일에는 긴급총회를 갖고 그 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e메일자유모임」을 부활시켰다. 다음측의 조치에 대해 보다 조직적·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사표시임은 물론이다.

자유모임측에 따르면 그 동안 메일계정 바꾸기 등 「안티(Anti)다음 운동」을 적극적으로 편 결과 현재 8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파악되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1백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게임사이트 넥슨는 다음의 한메일 회원들에게 게임소식을 보내지 않고 있으며, 다른 메일로 바꿀 경우 게임 무료이용권을 주는 방법 등으로 한메일 사용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밖에 취업정보사이트인 인크루트, 한빛소프트, 대한항공, 맥스무비 등 회원을 수백만명씩 확보한 대형사이트는 물론 문화관광부도 한메일 사용자들에게 메일주소를 바꾸라는 공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온라인 우표제에 대한 시비는 지난해 3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다음이 상업성 대량메일에 대해서는 요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7월에는 "연말에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다음의 메일을 무료로 사용해온 인터넷업체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비롯됐다. 이어 10월에는 「e메일 자유모임」을 결성해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을 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자유모임은 항공사, 인터넷쇼핑몰, 인터넷마케팅협회 회원사 등 2백5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우표제에 대한 양측의 시각은 크게 차이가 난다. 다음측은 "스팸메일을 방지하고 고품질의  e메일문화를 가꾸며, e메일서버 유지비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측은 "자유로운 정보취득을 박탈하는 초법적 제도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처사이며, 기술적으로 스팸메일의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측은 "온라인우표제는 하루 1천통 이상의 대량메일을 발송하는 업체에 대해 IP등록을 실시하고 요금은 네티즌이 상업적이라고 판단한 메일에만 부과된다"며 "정보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부과한 요금을 돌려주는 「비과금정책」을 펴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측은 온라인우표제 시행과 관련해 지난 3∼4년간 e메일을 처리하기 위해 서버에만 연간 2백억원씩 투자해왔다며 스팸메일이 줄면 이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의 하루 평균 e메일 수신량은 5천5백만통. 이 가운데 대량메일이 4천5백만통을 차지하고 있다. 8할을 넘는 셈이다.

한편 자유모임측은 온라인우표제가 스팸메일의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돈만 내면 얼마든지 스팸메일을 보낼 수 있어 오히려 스팸메일을 양성화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다음측이 e메일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수단일 뿐이며, 서버비용 부담문제는 다음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스팸메일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팸메일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온라인우표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가상우표사용, IP바꿔치기 등이 가능해 기술적으로도 공정한 요금부과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우표제가 실시되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여겨진다. 우표제 시행으로 온라인 거래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기업,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의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대량메일을 보내고 있는 업체의 경우 한통에 10원씩 물리게 되면 하루 1백만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쌍방간의 공방전을 지켜보는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우선 다음측이 건전한 e메일문화를 가꾸기 위해 온라인우표제의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에 대부분 수긍이 가리라고 생각된다. 아닌게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통씩 날아오는 스팸메일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네티즌으로서는 두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업체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e메일을 통한 기업과 고객간의 상호 의사소통은 기업고유의 마케팅영역인데도 다음이 제동을 걸겠다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온라인우표제 때문에 하루에 몇십, 몇백만원씩의 우표값을 물게 된다면 인터넷업체들의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나 경영악화를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는 온라인우표제가 e메일 유료화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어쨌든 시도 때도 없이 날아가 네티즌들 e메일박스를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버리는 스팸메일은 근절돼야 한다. 얼마 전만 해도 나에게 어떤 e메일이 왔는지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메일박스를 열어보기 바빴는데, 이제는 스팸메일이 겁이나 조심조심해서 확인하는 버릇이 생긴 것은 필자만의 경우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메일을 「일정한 경우」에 한해 요금을 물리겠다는 다음측과 e메일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수단이라고 비난하는 업체측의 공방전을 보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래도 다음측에 손을 들고 싶다. 그 이유는 우선 스팸메일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미 등을 돌린 것처럼 보이는 양측이지만 아직은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루 빨리 바람직한 합의점을 찾아내 e메일문화도 훌륭하게 가꾸고, e메일을 통한 영업활동도 원만하게 이루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
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3.26
-----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