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3월 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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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에 단행된 사이버사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경일에 즈음하여 대통령이 내린 특별사면 조치로 복역수들이 감옥에서 풀려나는 모습을 TV나 신문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3·1절 특사가 단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군사정권 때는 시국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던 정치인이나 학생들이 국경일특사로 석방되는 것이 관례적이었다.

사면은 범죄의 죄목을 지정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해 형의 선고효과를 모두 말소시키거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일반사면(대사면)과 이미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는 특별사면(특사)으로 나뉜다. 특사는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동의가 필요 없으며, 법무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재가로 행해진다. 특사에는 잔형집행 면제, 형선고 실효, 감형, 복권이 있다.

특사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뜻에서 시행돼 왔으며, 특히 정변(政變)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행해진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형사정책적 견지에서 비난이 없지 않은데 최근 들어 특사가 없는 것은 그런 시각 때문인지, 아니면 석방시킬만한 시국사범이 없어서인지 과문(寡聞)한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올해로 83돌이 되는 3·1절을 맞아 현실세계에서 특별사면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사이버공간에서는 「사이버사면」이 단행(?)됐다. 사이버사면이라고 하니 그게 "무슨 뜻이냐"라며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 사이버공간에서 저지른 사이버범죄에 대해 취했던 사이버제재조치를 해제시켜주는 것이니 사이버사면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 온라인 게임업체가 3·1절에 즈음하여 지난해 아이디를 도용했던 사용자(유저)들에게 취했던 계정압수조치를 해제키로 한 것이 사이버사면의 전말이다. 이 업체는 「미르의 전설2」이라는 온라임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로 온라인 게임 속에서 불법유저, 즉 「사이버죄수」들에게 사상 처음으로 「사면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를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신고를 받았으며, 3월1일부터 순차적으로 계정정지조치를 해제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의 사면조치로 운영자를 사칭하거나 다른 사용자의 아이디를 도용해 게임 속에서 불법을 저질렀던 1만여명이 구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아이디 도용했을 경우에 1차 적발은 7일간 계정을 정지시키고 있으며, 2차 적발은 계정을 영구압수를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는 유저들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키워온 보물과 같은 존재인데 이들이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캐릭터를 빼앗아 버리는 처사가 가혹하다는 일각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같은 조치를 내리게 됐다”는 것이 이 회사 사장의 말이다. 이 회사 사장이야말로 「미르의 전설2」라는 온라인게임 속에서는 대통령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사이버공간에서는 참으로 많은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 문제는 그 범죄의 영향이 사이버공간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세계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그런데 사이버공간에서 죄를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행위가 「사이버적인 것」으로만 생각할 뿐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문제가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측에서 취한 사이버사면은 아이디도용이라는 범죄행위가 사이버공간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 저지른 범죄행위가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사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실세계의 실정법은 사이버공간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해서 용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시대에서는 사이버공간에서의 행위가 현실세계에서의 행위 못지 않게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특히 사이버공간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 현실세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다가는 범죄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사이버공간이든, 현실세계든 죄를 지은 사람에게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뜻깊은 3·1절을 맞아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없었지만 온라인 게임 속의 죄수들에게 사이버사면을 단행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측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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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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