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2월 2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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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목소리로 되새기는 올림픽정신


지금 각 언론사의 인터넷게시판과 대한체육회 홈페이지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의 심판판정과 관련해 분노와 항의로 가득 메워져 있다. 실종된 올림픽정신을 개탄하는 글에서부터 편파판정을 한 심판진과 반칙을 한 외국선수들을 비난하는 글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심지어 자국 선수의 잘못은 눈감고 우리나라 선수를 비난한 미국언론의 적반하장격 보도내용에 격분한 나머지 "미국은 세계최강 깡패국"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가 하면, "남은 경기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박성인 동계올림픽단장을 해임하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18일에는 박성인 한국선수단장 겸 빙상연맹회장이 남자 1000m는 재경기를 해야 하며, 반칙을 못 본 심판을 바꾸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경기가 돼야 한다는 3가지 요구사항을 장명희 ISU 집행위원을 통해 오타비오 친콴타 국제빙상연맹(ISU)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일본도 이날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테라우 사토루가 반칙을 범하지 않았는데 실격 처리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에게 내려진 판정을 취소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하니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심판의 오심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케 해준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칙과 오심을 비난하는 안티사이트도 10여개나 생겨났으며, 18일 밤에는 우리 선수의 잘못으로 지목한 미국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 대해 네티즌들이 사이버시위를 통해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일상생활화 하면서 어떤 이슈가 생기면 네티즌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이버테러로 불릴 만큼 극렬한 방법을 쓰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들의 의견이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당국이나 관계자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가을 「인터넷정보내용 등급 자율표시제」의 도입을 추진했던 정보통신부가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발로 한걸음 물러섰던 일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억울한 일을 당해 이를 항의하는 소비자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던 메이커가 결국은 무릎을 꿇는 경우도 네티즌들이 힘을 합쳐 대항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터넷시대에서의 네티즌파워는 입법, 행정, 사법, 언론에 이어 제5부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번에 우리나라의 네티즌들이 벌이고 있는 사이버시위는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들의 목소리는 커다란 메아리가 돼 숭고한 올림픽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분명히 네티즌들이 이끌어 가는 인터넷시대이다. 잘못된 일을 보고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이 시대의 주인인 네티즌들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빙상경기 심판의 오심과 ISU의 잘못된 결정이 네티즌들의 항의로 번복되지는 않더라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네티즌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스포츠세계에는 「스포츠정신」이 있듯이 인터넷세상에는 「네티즌정신」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네티즌 정신이다. 인터넷시대에서 네티즌정신은 결코 죽어서는 안 된다. 네티즌정신이 살아 있어야 이 시대의 앞날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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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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