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2월 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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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그해오늘은] 매카시의 '인디안 사냥'



백인 수비대가 지키는 요새에 인디언들이 떼지어 몰려 온다. 총소리가 날 때마다 인디언이 하나씩 쓰러지고 그때마다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들린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아직도 뚜렷한 1950년대의 부끄러운 기억이다.

당시 우리는 '혈맹'인 미국인에게 적대하는 인디언들이 밉기만 했지 그들이 우리와 혈연적으로 더 가깝다든가 불쌍한 소수민족이라는 사실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부끄러움도 아니다. 그런 영화를 만들어내야 했던 미국사회의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영화가 그런 수준은 아니어서다.

50년 오늘 시작된 매카시 선풍으로 30년대에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처럼 수준 높은 영화를 내논 할리우드가 개척기인 '웨스턴 타임스'로 후퇴한 것이다.

이날 매카시가 청중들에게 종이뭉치를 들어 보이며 "여기에는 국무성 안에서 암약하는 205명의 간첩명단이 있다"고 한 폭탄발언의 불똥은 국무성에만 튄 것이 아니다.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문화계에도 튀었다. 인디언이나 흑인들에게 동정적인 영화인도 '빨갱이'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됐다.

따라서 채플린이나 줄스 대신처럼 외국으로 나가든가 파쇼적인 인종차별 영화나 만들어야 했다.

그 4년 뒤 매카시는 거짓말이 들통나 몰락하고 3년 뒤에는 죽었으나 매카시즘은 무섭다.

매카시라는 알코올중독자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에게 뒤흔들리는 미국이나 세계의 체질이 무서운 것이다.

매카시는 몰락해도 그를 편들어 좌파 공격에 앞장선 닉슨이 대통령이 된 것도 그렇다.

그래선지 당시가 중국이 공산화되고 소련이 원폭을 개발한 직후이자 한국전쟁을 4개월 앞둔 시점이라는 말도 크게 설득력이 없다.

사냥할 '빨갱이'들이 사라진 지금도 북한 등이 '악의 축'으로 몰리고 있지 않은가.



- 세계일보 200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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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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