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2월 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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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그해오늘은] '모던 타임즈'



1936년 오늘 채플린이 감독 주연한 영화 '모던 타임즈'를 보면서 관객들은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웃음은 점차 잦아들더니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왔다.

컨베이어 벨트가 실어온 제품에 나사를 조이는 노동자가 눈앞에서 벌이 어른거려도 기계에서 손을 빼지 못하는 모습은 우습다.

다섯살부터 싸구려 흥행무대를 전전하면서 춤 노래 몸짓흉내를 익힌 채플린의 익살이 곁들여 더 그렇다.

그러나 점차 기계에 매인 한 인간이 안쓰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인공(채플린)이 '어느 노동자'가 아니라 관객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자 슬퍼진다.

영화 제목이 'ⅹⅹ 공장'이 아니라 '모던 타임즈'(현대시대)라는 데도 생각이 미친다. 누가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 영화를 내논 채플린의 생애도 새로운 타임즈를 맞는다.

런던서 태어나 미국에 정착한 채플린은 이미 수많은 단편영화로 자리를 잡았으나 그의 코미디가 달라진 것이다.

보다 정확히는 그가 코미디언에서 문명비평가로 변신했다고도 할 수 있다.

떠돌이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 등을 전전하던 불우한 시절의 기억이 서린 페이소스나 팔아먹은 것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보는 안목을 보여준 것이다.베를린 올림픽이 열리던 그해 자본주의 사회는 히틀러의 파시즘에 떨고 있었으나 그는 인간성을 매몰시킨 자본주의사회의기계문명에떨기시작한셈이다.

그래서 파시즘이 무너지기 바쁘게 그는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혀 스위스로 또 옮겨야 했다.

그러다 72년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아 사실상 사면됐으나 5년 뒤 숨진다. 그래서 바로 10년 뒤 공산주의가 사라져도 그것이 무슨 타임즈인지를 영화로 보여주지 못한다.


- 세계일보 200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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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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