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2월 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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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가출정소년이 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자유시간을 많이 갖게 되면서 인터넷에 푹 빠진 청소년들이 많은 모양이다. 내일 모레면 방학도 끝나는데 하루종일 인터넷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우리의 청소년들이 어떻게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할 것인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특히 인터넷에 중독되다시피한 청소년들은 끼니를 거르는 것은 물론 밤과 낮이 바뀐 채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고 있다. 집에서 인터넷을 하다가 부모들의 눈치가 보이면 PC방으로 달려가 밤을 지새는 것이 예사이다. 지금 PC방은 그런 청소년들로 북적거린다. 부모들이 처음에는 말려보다가 정도가 심해지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아이들을 두고 「인터넷 가출청소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터넷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현실세계에서 가출하여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겠다. 인터넷가출은 현실에서의 가출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터넷 가출은 정신적인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가출을 하게 되면 부모로서는 참으로 걱정스러워진다.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술과 담배에 빠지고 심지어 범죄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현실세계에서 그렇듯이 가상공간에서도 청소년들이 인터넷 속으로 「가출」하게 되면 문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사이버세계에 푹 빠진다면 정신적으로 황폐해질 우려가 많다. 청소년들이 가상 공간에 맹목적으로 몰두하면서 현실세계에서도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리셋증후군(reset syndrome)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컴퓨터게임이다. 게임 중에는 건전한 것도 있지만 매우 폭력적인 것들도 많아 한번 빠지게 되면 성격이 아주 포악해질 우려도 없지 않다. 또 어떤 것은 도박성을 띠고 있어 행여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게임종합지원센터가 전국 10∼25세 네티즌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10.6%가 금단, 조절능력 상실, 강박적 의존 등 병리학적 중독현상을 보였고 중학생의 13.3%가 중독증상을 나타내 고교나 대학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중증 사용자(heavy user)」 비율은 중학생층이 27%였으며 고등학생이 24%, 대학생이 25%로 대체로 청소년 4명 가운데 1명은 게임 마니아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사이트나, 엽기사이트, 폭탄사이트도 청소년들을 엉뚱한 길로 이끌기도 한다. 이런 사이트에 빠져 자신이 직접 유해사이트를 직접 제작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매개로 10대들을 겨냥한 위험한 유혹들이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의 사이버 범죄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것 중에는 포르노사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며칠 전에는 중·고교생 6명이 아동 및 성인 포르노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고 보도돼 큰 충격을 주었다. 또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음란사이트에 접촉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어 놀라울 뿐이다.

지난해 10월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 교사 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84.4%가 인터넷 사용과정에서 음란정보를 접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도 68.3%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학부모의 54.4%가 시간적 여유와 인터넷 이용능력 부족으로, 교사의 90.2%가 통제불가능한 곳에서의 인터넷 사용 등을 이유로 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또 응답자의 90% 이상은 청소년에 대한 정보통신윤리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변했을 만큼 인터넷사용과 관련해서 청소년 선도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해 7월부터 2개월 동안 서울YWCA 등과 함께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인터넷 사이트 감시활동을 벌인 결과 모두 759개의 유해사이트를 적발해 검찰과 정보통신위원회에 고발했는데, 고발된 사이트를 유형별로 보면 음란물이 60.5%인 459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폭력·원조교제 알선 145개(19.1%), 자살·엽기 99개(13.0%), 불법CD 판매 16개(2.1%)등이었다.

청소년 유해사이트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이런 사이트들을 모른 체 하고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처럼 관계당국과 시민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감시활동을 꾸준히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 익명성, 개방성, 저항성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 인간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대신 이를 잘못 사용할 경우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특히 아직 자아정체성이 형성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매우 유해한 「도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제 기성세대들은 인터넷세상이 청소년들만의 무대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활터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하여 인터넷 속으로 가출한 청소년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온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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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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