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1월 1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76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무료구독신청 및 해지 | http://columnist.org |

1월 18일 [그해오늘은] '비스마르크 제국'



1871년 오늘 성립한 독일제국의 주인 빌헬름 1세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큰머슴 비스마르크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이 철혈(鐵血)재상이 없이 25개의 나라로 분열된 독일이 통일될 수는 없었다. 통일의 장애물인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전쟁으로 치웠으니 그는 제국의 산파였다.그래서 '비스마르크 제국'같은 이 제국은 비스마르크가 물러나면서 붕괴하기 시작한다.

물론 독일제국은 1890년 비스마르크라는 선장이 물러나고도 30년 가까이 항해를 하지만 암초를 향해 돌진하는 형국이었다.철혈재상이라는 트레이드마크와는 달리 그는 전쟁과 평화를 아는 '철혈(哲血)재상'이기도 했다.

프랑스에 치욕을 안겨준 그는 프랑스의 분노를 달래는 한편 보복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영국과 러시아와의 우호에도 진력했다.

비스마르크의 그런 면은 내치에서도 드러난다. 귀족 출신인 그는 1878년 사회주의 탄압법을 제정해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을 투옥하기도 했으나 극보수는 아니었다.

노동자들을 존중해 의료보험 양로-장애자보험 등을 처음 도입하는 등 세계사에서 사회보장의 선구자라는 전혀 다른 얼굴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황제가 아니라 재상이었다. 그와 함께 대업을 이룩했던 빌헬름 1세가 1888년 죽고 야심만만한 빌헬름 2세가 등장하는 순간 그는 떠나야 할 머슴이었다.

그나마 2년이나 자리를 지킨 것은 워낙 큰 명성 때문이었다.

그가 물러나기 전부터 새 황제는 영국과 군함건조 경쟁을 벌였다. 쩨쩨하게 러시아의 환심을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1차대전이고 그 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그뒤의 2차대전에서는 전함 '비스마르크호'가 등장했고 '비스마르크호를 격침하라'는 영화도 나왔다. 그러나 진짜 비스마르크호는 그 반세기 전에 격침된 셈이다.



- 세계일보 2002.01.18

-----
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