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1월 16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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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그해오늘은] '迷術大展'



지난해 작품 심사에서 부정이 드러난 미술대전(美術大展)은 얼핏 '비리(非理)대전'이었다.

지연과 학연이 얽히고 불법과 뇌물이 오갔으니 소품이긴 해도 한국사회를 그린 전신상 같은 것이었다.

한 출품자가 대전을 주최하는 미협의 이사에게 부탁하자, 이사는 1차 심사위원에게 부탁해 그 출품작을 입선시킨 뒤 다시 2차 심사위원에게 부탁해 특선시키는 식이다.

그 과정에 학연이나 돈이 깔려 있으니 머리를 헷갈리게 하는 '미술(迷術)대전'일 수도 있다.

1982년 오늘 태어난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하필이면 20대 청년이 되던 해에 그런 철없는 모습을 보였으나 내면은 더 복잡하다.

미술대전은 1949년부터 81년까지 30회나 열렸던 '국전'(대한민국 미술전람회)이 개편된 것으로 그 '체감 나이'는 20대와 50대 사이를 오간다.

두 전시의 나이가 그처럼 얽히는 것은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와 '대한민국 미술대전'이라는 두 이름이 그게 그것 같아서만은 아니다. 두 전시의 내면마저 비슷해서인 것이다.

그래서 미술대전과 국전의 나이는 '청와대'와 '경무대'의 그것처럼 서로 얽히게 마련이다.

물론 국가가 주최하는 국전과 민간단체(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미술대전이 같다는 말은 아니다. 현대적 민주국가의 예술행사에는 걸맞지 않은 '대통령상'이 사라지고 부문별 '대상'이 생겨난 것도 나름대로의 개혁이었다.

그러나 지난날 파벌싸움으로 국전을 시끄럽게 했던 미술협회가 미술대전을 떠맡음으로써 그 개혁은 한계가 그어지고 말았다. 지난해 미술대전 비리사건에서 미협의 수뇌부가 걸려든 것도 그렇다.

국민의 수준도 바뀌지 않았다. 현대미술은 흐름이 다양해 하나의 큰 전시로 수용할 수 없음에도 아직 미술대전이 미술계의 '과거'시험같이 통하기에 여기에 목숨을 건 미술 지망생과 비리가 있는 것이다.



- 세계일보 20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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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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