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1월 1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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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투표로 뽑는 예비 대통령


지난 해 5월 미국의 유명 일간지 뉴욕데일리뉴스가 이혼소송 중인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부부에 대한 인터넷투표 결과를 1면에 크게 다루어 주목을 받았던 일이 있다. 미국의 언론들이 인터넷투표의 표본에 대해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신문이 주요기사로 다룬 사실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비록 자사의 인터넷독자 1천9백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투표이지만 나름대로 대표성에 대한 보완작업을 한 다음 그 결과를 1면에 보도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이 인터넷시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모든 신문들이 인터넷독자들의 의견을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신문사가 최근 대선 예비후보 물망에 오른 14명의 정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투표 형식의 「인터넷으로 뽑는 IT대통령」이벤트를 가졌다. 투표에 참여한 전국의 네티즌은 총 2만9281명이었다.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통해 예비대통령 후보들의 IT마인드를 비교·점검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신문사측의 설명이었다.

인터넷투표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년 전 외국의 한 인터넷사이트가 온라인으로 실시한 세계 최고의 미인을 뽑는 투표였다. 이때 우리나라의 어느 탤런트가 내노라 하는 세계적인 스타들을 제치고 최고득표를 했는데 이는 한국의 네티즌들이 몰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제가 돼 「없었던 일」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투표에서 박찬호는 언제나 「최고선수」선수가 된다. 지난해  CBS스포츠라인과 CNN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실시했던 인터넷조사에서 박찬호선수는 한때 「가장 효용가치가 높은 FA」와 「FA 시장에서 가장 매력있는 선발투수」 1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물론 한국 네티즌들이 성원(?)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지난 2000년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인기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을 엄청난 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등극한 일도 있다.

인터넷투표는 학교에서 학생대표를 뽑는 방법으로도 쓰이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부천여고에서는 전교생이 인터넷을 통해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을 뽑았다. 전교생이 학교에 있는 컴퓨터 200여대를 통해 종이와 도장, 인주 대신 마우스의 키를 눌러 자신이 원하는 학생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전교생 1724명이 투표를 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이었고, 당선자는 불과 2분여만에 확정됐다. 시간과 경비를 절약한다는 점에서 인터넷투표는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 3월 7일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때 미국 예비선거 사상 처음으로 애리조나주에서 온라인(인터넷투표)를 실시함으로써 세계 선거 역사상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원 윌콕스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반겼다.

영국에서는 4년 뒤에 실시될 총선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영국 집권 노동당 로빈 쿡 하원지도자가 "40세 미만의 유권자들을 민주제도에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이번 봄에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시험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투표가 실시될 것이며, 다음 총선부터는 온라인투표가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해 총선에서 투표율이 사상 최전수준인 59%로 떨어진데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술전문가 등 전자투표 관련자들은 대규모 온라인선거가 언젠가는 도입될 것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보안문제 등 현재의 기술 여건상 범국가적 시행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투표가 새해들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인터넷투표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인단 7만명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일반국민 3만5천명의 5% 범위(1천7백50명)내에서 인터넷투표 결과를 반영하게 되는 모양이다.

인터넷투표와 관련해서 제약도 없지 않다. 현행 정당법에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입당원서를 받게 돼 있는데 이를 개정하지 않는 한 인터넷 투표를 원하는 사람은 입당원서를 낸 뒤에 인터넷 투표를 해야 한다. 그래서 선거법 개정문제가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선거의 기본원칙인 직접·비밀 투표가 지켜지지 않거나 신원확인이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가령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ID를 빌려 대리투표를 해도 이를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야당지지자들이나 특정세력이 집중적으로 인터넷 투표에 참여, 자신들이 당선되길 희망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의 이번 시도는 정치를 외면하는 청년층의 관심을 유도하고 20∼30대의 잠재적 민주당 지지자를 실제 표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걸림돌들 때문에 과연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21세기 인터넷시대를 맞아 지구촌 곳곳에서 인터넷투표가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0월 네델란드에서는 두개의 작은 마을을 합치면서 이름을 정하기 위한 인터넷투표를 실시했으나 유권자수보다 더 많은 투표가 이루어져 백지화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 과학재단은 지난 해 3월 전자투표 관련보고서에서 "집과 직장에서 실시하는 원격투표는 짧은 시일 안에 실현되지 않은 것이며,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하는 전자투표는 결코 마법의 투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광범위한 사기가 저질러질 우려와 함께 투표결과에 대한 「재검표」가 없는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인터넷투표와 관련해 귀기울일 만한 내용들이다.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에 도입하는 인터넷투표는 시대상황에 걸맞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쳐 성공을 거둠으로써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e폴리틱스의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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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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