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1월 10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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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이메일은 편리하다. 이메일을 잘 활용하는 직장 간부가 있다. 항상 그는 업무 지시를 이메일로 한다. 그렇게 하면 분명한 근거가 남기 때문에 나중에 확인하기가 좋다. 면전에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니까 부하 직원의 궁시렁대는 소리나 볼멘 얼굴을 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부하 처지로서는 이 방법이 좋게만 생각되지 않는다. 부하 직원이 방금 전에 그 상사를 만났다. 그 때 상사는 업무에 관해 별 말이 없었다. 자리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 보니 아주 중요한 업무 지시를 그가 이메일로 보냈다. 이럴 때 기분이 묘하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다. 사담과 업무 지시를 확연하게 구별한다는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 하니 "뭐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중요한 업무여서 이메일로 상세하게 알려 줄 필요가 있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말로 또는 전화로라도 한두 마디 당부하면 부하 직원이 더 정신차려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어떤 남자가 연모하는 여자에게 매일 편지를 써서 부쳤는데 결국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된 것은 우체부였다고 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의사 전달을 이메일에 너무 의존하면 인간미가 휘발되기 쉽다.

재택 근무자들끼리도 가끔은 만나야 하고 방송통신대학생도 이따금 출석수업을 하도록 돼 있다.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 나은 의사 소통 방법은 없다. 인간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는 기회가 된다. 고도 산업사회의 기계화는 인간을 소외시켰다. 정보화 사회에서 그런 메마름을 피해 가려면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때때로 필요하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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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영산대 매스컴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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