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2002년 1월 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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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일꾼 제대로 뽑자



머슴은 농가에 고용되어 농사뿐만 아니라 주인집 가사노동까지 담당했던 농촌 노동자다. 고려시대에는 용작(傭作), 조선시대에는 고공(雇工)이라 불렀다. 대부분 주인집에서 기거하며 의식주를 제공받았으며 요즘의 연봉격인 사경(私耕)을 받았다.

머슴에는 상머슴과 중머슴 꼴담살이라고 불렀던 소년머슴이 있었다. 이들의 사경은 지방과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소년머슴에겐 의식주만 제공했다. 6.25전쟁이후 고용주와의 주종관계가 많이 변했고 신분적 예속관계가 희박해지면서 머슴제도는 사라졌다.

고용주인 땅주인은 한해 농사가 마무리되면 머슴에게 사경을 주고 재계약을 하거나 다른 머슴을 구한다. 머슴을 선정하는 기준은 건강한 신체가 우선이지만 우직한 성품을 덕목으로 꼽았다. 어리석을 정도로 고지식해야 잔꾀를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기 때문이다. 게으름을 피워 농사를 제 때 챙기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

2002년은 우리 손으로 지역 일꾼과 나라 일꾼을 뽑는 중요한 해다. 6월에는 지방자치선거가 치러지고 12월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지역 일꾼이나 나라의 일꾼을 선택하는 것은 한해살이 머슴을 뽑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떤 일꾼을 뽑느냐하는 문제는 한해의 일이 아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6월에 실시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전국 곳곳이 달아오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 16명, 기초자치단체장 232명, 광역의원 690명, 여기에 기초의원 3,490명을 합해 4,428명에 달하는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잔치판이니 그럴 만도 하다. 줄잡아 3대1의 경쟁률이 될 것이라고 한다. 대선 후보 선출과 본선을 향한 여야 중앙당 차원의 바람몰이가 지방선거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나라 전체가 선거에 휩쓸려 행정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선거문화의 새 장을 열기 위해선 지금부터 지역 주민들의 비상한 각오가 절실히 요구된다. 선관위가 있고 엄격한 법적 제재가 있다 해도 돈 뿌리는 선거를 막자면 주민들 스스로 고발자가 돼야 한다. 금품 수수나 기부 행위자에 대해선 보는 즉시 주민들이 고발하는 풍토가 돼야 돈 정치의 낡은 악습을 고칠 수 있다.

또 후보 자질에 대해서도 주인이 머슴을 선택하듯 주민들의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역을 대표할 일꾼을 뽑는 안목을 키워야 하겠다. 이권이나 챙기려 들거나 돈 뿌리는 후보는 고발하고 낙선시키는 등 주민 스스로가 앞장서 새로운 선거문화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정치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새로운 시대에 들어간다. 우리 정치사에서 힘의 원천으로 작용해온 군부독재세력과 3김세력이 정리되는 시기다. 3김정치의 정리란 3김의 단순한 퇴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3김적 정치행태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나라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제왕적대통령과 이로 인한 각종 부작용, 1인정치, 도당정치, 부패정치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야말로 명실공히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한다. 새로운 리더십이 갖추어야할 요소는 국가경영의 자질이다. 즉 높은 도덕성과 개혁적 비전, 풍부한 행정 경험 등을 바탕으로 흩어진 민심을 한데 모으는 통합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국제파고를 뛰어넘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 안목도 있어야 한다.

또한 고질적 지역감정에 기대지 않는 인물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하는 인물은 절대로 거부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부터 이런 행태의 싹은 잘라내야 한다. 이번이야말로 모든 유권자들이 깊이 생각해볼 시기이다.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사회 통합을 해치는 정치인이나 정치적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비판을 해야 한다. 국민이 지역주의와 같은 낡은 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정치의 변화는 요원해진다. 이번에야 말로 주인의식을 갖고 참 일꾼을 제대로 뽑아 지역주의의 낡은 병폐를 사라지게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후보가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공약을 하는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무리한 선거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면 골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랏돈을 쏟아부으면 그렇지 않아도 공적자금 부담 때문에 짓눌리는 재정이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20세기 전반 50년은 식민지시절이었고, 후반 50년은 분단과 냉전, 정치적 격동의 세월이었다. 2002년은 단순히 새로운 연도의 시작이 아니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두 차례의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결정된다.


-일요서울 200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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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칼럼니스트
일요서울신문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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